의미심장 한마디 “수사로 말할 것”

현충일 조기 단 검찰 국회의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합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려고 대검 긴급 간부회의가 열린 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현충일을 맞아 조기가 걸려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김준규총장 성명 뜯어보니
부산저축 수사 강조하며
정치권 칼끝 겨누기 예고
극도로 절제된 표현 눈길

“수사로 말하겠다.”

6일 직접 성명을 발표한 김준규 검찰총장은 애써 표현을 절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만큼 절박한 위기의식이 묻어났다. 일단 정치권의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정면 대응은 하지 않되,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그동안 금융당국 고위인사 등을 겨누던 검찰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직행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논의가 입법기관 고유의 권한임을 고려하면, 법무부의 일개 외청으로 행정부 소속 기관에 불과한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여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 존폐의 칼자루를 어차피 국회가 쥐고 있는 마당에 정공법으로 맞서봐야 결국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했다는 또다른 비판론을 자초할 수 있다고 계산했음직하다.

김 총장은 성명의 대부분을 중수부 수사의 순기능과 현재 진행중인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에 할애했다. 그는 ‘거악과 비리 척결’이란 단어를 재차 강조하며 “중수부가 일반인과 서민을 조사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는 중수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수사로 입증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중수부 폐지 수순에 본격 착수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중수부가 비리 정치인과 부패한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을 주로 겨눠 온 만큼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온 정치권의 ‘저의’가 따로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 과정에서 이미 진술이 나온 정치권 인사들이 더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특히 “향후 검찰은 수사로 말하겠다”고 했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정치권 수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총장의 말에 다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주재한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선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한 검찰의 대응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는 “대검의 직접 수사 기능은 일선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의 근간이고, 중수부는 힘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부정부패 수사의 상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는 중수부 존치가 효과적”이라며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으로 봐서는 중수부의 역량이 필요한 수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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