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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악마의 덫 걸려” 유서 쓴채…

등록 2011-06-13 21:04수정 2011-06-13 22:55

임상규(62·전 농림부 장관)
임상규(62·전 농림부 장관)
함바·부산저축 연루의혹 임상규 순천대 총장 자살
수사 압박감 못이긴듯…검찰 “강압 없었다” 당혹
‘함바 비리’와 ‘부산저축은행 사전 인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임상규(62·전 농림부 장관·사진) 순천대 총장이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를 수사 선상에 올렸던 검찰은 강압적 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자살 소식에 몹시 곤혹스러워했다.

■ ‘악마의 덫’은 무엇? 임 총장은 이날 아침 8시10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선산 앞에 주차한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차 안에 구이용 참숯 20여개의 재와 함께 유서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을 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로 했으나, 집에서 쓰던 화덕과 참숯이 사용된데다 차 문이 안으로 잠겨 있던 점 등으로 미뤄 자살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경찰이 이런 결론을 낸 중요한 단서의 하나는 유서다. 임 총장은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서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고 썼다. 임 총장을 아는 사람들은 이 구절이 결국 ‘공사현장 밥집(함바) 비리’ 의혹을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한 이 사건에서 임 총장의 이름은 수사 초기부터 줄곧 거론됐다. 그러다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 사건의 장본인인 유상봉(65·병 보석중)씨가 임 총장의 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야겠다며 서울동부지검에 진정을 내면서 임 총장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동부지검은 임 총장이 유씨한테서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단서를 잡고 이달 초에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관련 증거를 확보한 뒤 소환조사할 계획이었다. 임 총장은 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중인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의혹과도 연루돼 지난 3일 조사를 받았다. 이 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에 자신의 예금액 5000만원을 전액 인출한 것을 놓고 검찰은 사전에 영업정지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했으나, 임 총장은 이를 반증할 서류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소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극단적 선택 왜 했나? 검찰은 강압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총장을 조사한 대검 중수부는 이날 “임 총장을 지난 3일 참고인으로 소환해 2시간 정도 조사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소환 일정도 잡지 않은 상태였다.

임 총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유서에 어느 정도 나타나 있다. 임 총장은 유서에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의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며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라고 적었다. 순천대 교수들도 비리 의혹이 제기된 뒤 임 총장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정통 관료를 지낸 경험을 살려 대학의 업무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함바 비리 연루설이 떠돌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그런지 대학 일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대는 임 총장의 영결식을 16일 오전 10시 순천대 체육관에서 열기로 했다.

김정필 정대하 박현정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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