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수·서갑원 연루된 돈, 로비보단 정치자금 성격
“검찰, 핵심수사망 못좁혀…구명로비 수사 답보”
“검찰, 핵심수사망 못좁혀…구명로비 수사 답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과 서갑원(49) 전 민주당 의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사장과 서 전 의원 모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 사업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성격의 금품 수수 의혹이어서 검찰이 이번 수사의 본령인 ‘정관계 구명 로비’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사장과 서 전 의원의 비리 의혹은 모두 부산저축은행그룹보다는 이 그룹이 불법 대출해 운영한 에스피시 쪽과 관련돼 있다.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모두 2007~2008년께다. 검찰이 이번 수사의 최종 타깃으로 보고 있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 저지 로비가 벌어진 지난해보다 훨씬 앞선 시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관계 구명 로비’라는 핵심 본류로 수사망을 더이상 좁히지 못하고, 관련자 조사중 툭툭 튀어나오는 ‘금품 전달’ 진술에 그때그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과 서 전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브로커) 윤여성씨는 한두번 만나서 알지만 돈을 받는 관계는 아니다”라며 “부산저축은행 관련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재개발 사업을 하는데 내가 왜 끼어들겠느냐”며 “검찰이 조사에 나서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는 등 이른바 ‘친이’ 쪽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서 전 의원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양 부회장은 지인의 결혼식 등에서 몇번 봤을 뿐 단 한차례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전달받은 곳으로 나온) 박형선 회장의 별장이 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사업 역시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 전 의원은 17·18대 국회의원에 연거푸 당선됐으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벌금 12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검찰은 그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브로커들을 동원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 김 부회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그의 입을 여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고, 실제로 몇 가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도 중수부에 불려가 진술을 재촉받고 우물쭈물했더니 검찰이 곧바로 김 부회장을 불러 대질을 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내가 (검찰에) 다 이야기했으니 협조하시게”라고 말했다는데, 그때가 한달 전인 5월 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직접 증거를 확보하느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구명 로비와 직접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을 더이상 밝혀내지 못한 상태라는 소식도 나온다. 특히 김 사장과 서 전 의원의 ‘노출’을 두고는, 수사팀이 로비 의혹보다 중요도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로 넘어갔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의혹 수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자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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