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창구’ 간부 3명도 사의
“건강 상했다”…총장은 만류
국회 ‘수정의결’에 책임 진듯
“건강 상했다”…총장은 만류
국회 ‘수정의결’에 책임 진듯
국회가 주도한 사법개혁 논의에서 검찰쪽 ‘창구’를 맡았던 홍만표(52·사법연수원 17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29일 사표를 던졌다. 담당 부서인 대검 형사정책단 김호철 단장 등 부장검사 3명도 사의를 밝혔다.
홍 검사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동안 검찰 조직에서 과분한 직책을 맡았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이날 오전 오전 7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해 이 글을 올린 뒤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사표를 냈으나, 김 총장은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검사장이 올린 글은 1시간 동안 떠 있다가 김 총장의 지시로 삭제됐다.
검찰의 한 간부는 “홍 검사장의 (사직) 의지가 굳은 것 같다”며 “오래 전부터 (국회 사법개혁과 관련된) 일이 마무리되면 검찰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여러번 했다”고 전했다. 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사표 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홍 검사장이 건강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지만, 어렵게 합의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정부 중재안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된 데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심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일각에선 검찰의 조직적 불만을 대변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 검사장은 지난해 7월 대검 기조부장을 맡은 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를 비롯한 정치권의 검찰개혁 요구에 대응해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만들고 국회에 검찰의 입장을 전달하는 하는 등 실무 총책임자로서 일해왔다.
홍 검사장이 사직 의사를 밝힌 뒤 검찰 내부에선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수사권 조정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검 선임연구관과 기획관, 과장급 검사 28명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연 뒤 자료를 내어 “주요 간부들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언제든지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검사회의 개최를 검토하는 등 집단 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홍 검사장은 강원 삼척 출신으로 대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1년 검사로 임관해 서울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연구관, 대검 중수2과장 등을 거친 ‘특수통’이다. 2009년 대검 수사기획관 당시에는 임채진 검찰총장, 이인규 중수부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으며,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대검 기조부장에 임명됐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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