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족패소 원심 파기환송
‘울산 보도연맹 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30일 한국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총살당한 울산보도연맹 회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가는 지금까지 생사 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처형자 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해 진상을 은폐했다”며 “이제 와서 뒤늦게 ‘유족들이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서 미리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울산보도연맹은 1950년 정부가 좌익 관련자를 전향시키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한 국민보도연맹 산하 울산지역 단체로,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로 구성된 ‘좌익 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했지만 한국전쟁 발발 이후 집단총살을 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10월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시작해, 이듬해 11월 말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 명단 407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 뒤 유족 500여명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과 그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51억4600만원(이자 포함 20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5년인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1955년 이미 완성돼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