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수근 조카 재심 기각
“불법행위 시점 기준은 과잉”
“불법행위 시점 기준은 과잉”
과거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지연손해금(이자)’ 계산은 ‘불법행위 시점’부터가 아니라 ‘사실심(2심) 변론종결 시점’부터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1일 이중간첩으로 몰려 처형된 이수근씨를 도운 혐의로 5년을 복역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외조카 김아무개(64)씨가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자) 산정에 관한 판례를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재심 청구를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 불법행위 시점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사이에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동된 사정을 참작해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행위 발생과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 사이가 통화가치의 변동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면 손해배상액의 지연손해금을 불법행위 시점부터 계산해도 무방하지만, 이 사건처럼 40여년이 지났을 경우는 ‘과잉 손해배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수근 간첩 조작’ 사건은 1969년대 말 귀순한 이수근씨를 위장간첩으로 조작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이다. 이씨의 조카 김씨는 당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 등을 선고받았다. 2009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씨는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배해상 청구소송을 냈고, 1ㆍ2심 재판부는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는 한편 1969년부터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날까지 연 5∼20%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지난 1월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대폭 경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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