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쪽 일방적 계약해지 ‘갈등’
“학교가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생협을 내쫓으려는 건 잘못된 일입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대학생활을 위해 (생협이 지속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11일 오전,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 11호 법정에서는 세종대 학생이자 이 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이사장인 문효규(29·기계공학4)씨가 판사들에게 발언을 청했다. 이날은 세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생협을 상대로 학교내 사용 건물을 돌려달라는 ‘건물명도 소송’ 최종 변론일이었다. 지난 2001년 교수·교직원·학생 300여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세종대 생협은 학교내 식당·매점 등을 학교 쪽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조합원이 4500여명에 이르는 세종대의 생협은 일본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모범적인 운영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 쪽이 지난 2009년 학내 복지사업을 외부업체에 위탁하기로 하면서, 대학 쪽과 생협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학교 쪽은 지난해 생협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사업권을 넘기지 않을 경우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생협이 버티자 학교 쪽은 지난 4월 “생협 경영이 방만하고, 약속한 복지환경개선 기금 기탁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생협 쪽은 “다른 생협과 공동구매로 질좋은 식자재를 싸게 공급 중이고, 약정서엔 복지환경개선 기금을 언제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학교가 임대 사업 등을 하기 위해 생협을 배제시키려는 것”이라고 맞서왔다.
학생들과 생협 실무자들은 학교 쪽의 생협 퇴출 시도가 지난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공금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물러났던 주명건 옛 재단 이사장의 복귀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대양학원 이사회는 주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했으며, 총학생회는 최근 교과부에 “정이사 선임 승인을 거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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