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지난 10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해자들이 맡겼던 원금을 조속히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박태규 커넥션’ 수사 어디로
검찰 “로비, 직선으로 깊이 들어갔다”
수사칼끝 여권 실세들에 겨눌 가능성
검찰 “로비, 직선으로 깊이 들어갔다”
수사칼끝 여권 실세들에 겨눌 가능성
“(로비가) 넓게 펴 발라 가진 않았다. 직선으로 깊이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벌인 정·관계 로비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해 설명했다. 이 그룹이 로비를 벌인 이유가 절박한 상태에서 ‘퇴출 저지’라는 목적 하나로 이뤄졌기 때문에 로비가 정·관계 고위인사 몇명에게 집중됐다는 뜻이다.
이 그룹의 구명 로비에서 ‘핵심고리’로 지목돼온 박태규(72)씨가 도피 5개월여 만에 전격 귀국하면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검찰의 정·관계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특히 검찰이 박씨 귀국과 함께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첫 타깃으로 겨냥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칼끝이 주로 여권 실세 인사들을 겨눌 것이라는 관측을 부르고 있다.
검찰이 김 수석과 박씨의 통화가 집중된 지난해 4~8월을 눈여겨보는 까닭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 몰린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이 그룹의 감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금융권과 관가에선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망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아 대부업체가 인수한다는 설까지 나왔다”며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이 이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고 말한 바 있다.
김양(59·구속 기소) 부회장의 지시로 박씨에게 로비자금이 전달된 시점도 이 무렵이다. 김 부회장은 박연호(61·구속 기소) 회장의 핵심 측근인 ㅈ씨를 통해 지난해 7월6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 옆 커피숍에서 5억원이 담긴 돈가방을 건넸다. 이 돈을 포함해 지난해 4~8월 사이에만 모두 17억원이 박씨에게 로비 명목으로 전달됐으며, 이 중 2억원은 박씨가 되돌려줬다.
검찰은 이 돈으로 결국 로비가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지난해 6월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의 투자금 500억원씩을 이끌어내며 1차 유상증자를 했고, 이후 940억원 규모의 2차 대주주 유상증자를 통해 퇴출 위기를 넘겼다. 이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증자가 된 뒤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가 며칠 동안 중단됐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의 대리인 격으로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김 수석은 물론 평소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선을 댔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씨가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검찰은 그의 통화내역을 확보해 김 수석 등 박씨의 로비가 집중된 시기에 그와 접촉한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박씨와 가족, 지인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해 로비자금 15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9월부터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전 정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언론계·법조계 등에 두터운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건설업체를 경영했던 박씨는 특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맺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박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과거 소망교회를 다니며 집사를 지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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