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서 검찰이 ‘체제 수호자’라며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청사에서 ‘반공전시회’를 열도록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검은 지난 30일부터 오는 2일까지 청사 1층 로비에 ‘인권 유린 관련 그림 등 북한 정치범 수용소’ 전시회(사진)를 진행중이다. 전시 공간은 1층 로비의 절반이다. 로비 양쪽 벽면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관련 사진이 각각 19점·20점씩, 로비 가운데에는 2열로 북한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하는 스케치 49점이 빼곡히 놓여 있다. 스케치는 북한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취임사에서 “북한 추종세력을 응징·제거하겠다”고 천명한 한 총장의 ‘하명’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청주지검에서 지난 16~21일 전시회가 열렸는데, 한 총장이 이를 전해듣고 ‘우리도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 내용물이 1970~80년대 반공포스터를 연상하게 하는 ‘섬뜩’한 장면들이 많아 보기에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가령 ‘공개총살’이란 제목이 달린 작품을 보면, 피를 흘리는 수감자들을 그린 그림 아래 ‘수감자들이 수용소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달에도 여러 번 공개 총살이 이뤄진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개보다 못한 이주민들의 신세’란 그림엔 보위부원들이 수감자들을 몽둥이로 마구 때리고 있고, ‘수용소에서 임신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그림에선 보위부원들이 임신부의 배를 눌러 낙태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아침 출근길에 뭔가 싶어 봤는데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반인이 출입하지 않는 대검 청사에 누굴 보라고 이런 전시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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