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시위뒤 수사 의뢰…검찰은 사생활 공개까지
보수언론도 ‘피디수첩 때리기’…유엔인권이사회서 비판
보수언론도 ‘피디수첩 때리기’…유엔인권이사회서 비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검찰권을 남용하며 언론플레이를 일삼던 ‘정치검사’들은 줄줄이 출세한 반면, 양심적 검사는 옷을 벗는 현실이었다.”
2일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광우병 편)을 만든 조능희 엠비시 피디의 항변이다. 2008년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며 시작됐으니 3년3개월의 기나긴 법정 공방이었다. 결과는 사실상 검찰의 완패다.
피디수첩 사건은 현 정부가 지난 4년 가까이 여러 형태로 저질러온 ‘비판언론 옥죄기’의 꼭짓점 사례라 할 만하다. 피디수첩은 2008년 4월29일 광우병 편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 등을 보도했다. 당시 보수언론조차 졸속으로 이뤄진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도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미국 쪽과 재협상을 벌여 일부 내용을 고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보수언론이 편 ‘피디수첩의 촛불 배후론’에 발맞춰 대대적인 피디수첩 손보기에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시청자 사과’ 중징계를 내린 뒤 이 사안을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간 것이다.
농림부가 2008년 6월 수사를 의뢰한 뒤 검찰은 바로 검사 4명으로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다음해 1월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뒤 사의를 밝히자 사건을 지검 형사6부에 재배당했다. 이어 이춘근 피디 긴급체포(3월), 문화방송 본사 압수수색 시도(4월)는 물론 김은희 작가의 개인 전자우편까지 공개(6월)하며 ‘무리한 수사’ 논란을 낳았다.
이런 행태엔 이념을 떠나 대부분 학자들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대)는 “정부 정책의 문제를 지적한 신문방송 보도에 정부가 명예훼손으로 형사소추를 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처음부터 범죄가 될 수 없었던 사건을 기소하려 하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 숱한 검찰권 남용, 끼워맞추기식 수사가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6월3일 제1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에서는) 다수의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진실·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꼽기도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2007년 39위에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47위, 69위로 추락했다.
언론단체에서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피디수첩의 ‘촛불 배후론’을 집중 제기했다. 무리한 검찰 수사도 방관했다. <조선>은 광우병 편 방영 이후 1면 기사(5월2일치)를 통해 “‘피디수첩’이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방송한 이후 (촛불시위가) 특히 심해지고 있다”고 썼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피디수첩 광우병 편 보도와 관련해 조·중·동은 정부에 피디수첩을 어떻게 죽일 것인지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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