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지급 기준 ‘20→40분 연착’ 강화 드러나
보상제 홍보도 소극적…승객 피해 외면하는 꼴
보상제 홍보도 소극적…승객 피해 외면하는 꼴
코레일(사장 허준영)이 케이티엑스(KTX) 연착 때 승객에게 지급하는 지연보상금 지급 기준을 지금의 20분에서 40분으로 대폭 높이려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인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항공 수준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안’이라는 코레일 내부 결재 문건을 보면,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의 지연보상금 지급 기준을 ‘20분 이상 연착’에서 ‘40분 이상 연착’으로 크게 강화했다. 현재 케이티엑스는 20분 이상 지연될 때부터 승객에게 운행요금의 12.5%(40분 이상 25%, 60분 이상 50%)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새마을이나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40분 이상 지연될 때부터 같은 기준으로 지연보상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항공 수준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안’ 문건은 6월11일 허준영 사장이 결재한 것이다. 코레일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와 규정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
코레일 쪽은 “케이티엑스 사고나 고장을 처리할 때 실무자들이 보상규정 시간에 쫓겨 차량 수리나 정비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올해 상반기 잇따른 케이티엑스 사고 때문에 폭증한 지연보상금과 이번 규정 개정이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이티엑스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케이티엑스-산천은 7월17일 경북 김천시 황악터널 안에서 모터 고장을 일으켜 1시간3분 남짓 연착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관 이상과 탈선, 제작 결함 등으로 올해 들어서만 5차례 20분 이상 연착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올해 상반기 케이티엑스 연착에 따라 승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지연보상금은 25억2900여만원에 이른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포함한 전체 지연보상금(25억9693만원)의 97%에 해당된다. 이는 2009년 2억5800여만원에 견줘 10배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코레일이 올해 상반기에 승객들에게 실제로 지급한 케이티엑스 지연보상금은 10억여원 수준이다. 코레일이 지연보상금 제도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명절 때마다 케이티엑스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박경열(35)씨는 “지연보상 기준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보상 기준은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차량 안전 정비 소홀로 일어난 부담을 고스란히 승객에게 떠넘기려는 코레일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지연보상금 지급률을 보면, 51.5%에 그쳤다.(표 참조) 열차 지연보상 기간은 승차일로부터 1년이며, 창구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조 의원은 “케이티엑스의 속도나 운행 시간을 고려했을 때 지연보상 개시 시간을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같은 일반열차와 똑같이 맞추는 게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케이티엑스의 고장이나 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선행하지도 않은 채 지연보상금 지급 기준만 높이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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