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명동 토마토2저축은행에 예금자들이 몰려 돈을 찾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예금인출 북새통…일부 ‘토마토’로 오인하기도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안 타임월드 백화점 부근의 토마토2저축은행 대전지점에는 19일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고객들은 은행 현관에 붙은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께 드리는 말씀’ 제목의 글을 읽은 뒤 2층 매장으로 올라갔으며, “불안해 찾아야 한다”는 이들과 “5000만원 이하는 안전하다”는 이들로 삼삼오오 나뉘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원금 인출을 원하는 이들은 “대전저축은행 사태 때도 괜찮다고 하더니 결국 부도나지 않았느냐. 한두번 당하는 일도 아니다보니 은행과 정부 쪽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견해다. 김아무개(65·여)씨는 “이자가 높아 이곳에 4000만원을 예금했는데 정부가 영업정지 조처했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전저축은행 때도 고생한 만큼 돈을 찾을 생각”이라고 불안해했다.
그러나 임아무개(65)씨는 “정부가 보증하는데 서민 돈을 떼먹기야 하겠느냐”며 “대전저축은행 부도 때에도 원금을 안 찾고 나뒀다 얼마 전 이자까지 다 받은 만큼 5000만원 이하 예금은 그냥 놔두는게 낫다”고 말했다.
매장에 대기하는 고객들이 200~300명에 이르면서 이 저축은행 지점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직원들은 쉴새없이 몰려드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대량인출 사태에 대비해 번호표를 나눠줬다. 이날 정오 현재 번호표는 150번을 넘어섰다. 박아무개(54)씨는 “1년을 넣는 1250만원짜리 적금에 가입했는데 불안해 찾으려고 번호표를 받았다”며 “150번대면 목요일 오후나 돼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토마토2저축은행 대전지점 관계자는 “토마토2를 토마토로 오해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오후 2시 현재 번호표을 받아간 고객이 300명을 넘는데 모두 원금을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토마토2저축은행 대구지점에도 영업 시작 전부터 예금자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대구지점은 이날 오전에만 30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다 앞다퉈 돈을 인출해갔다. 지점 직원들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하다’고 거듭 설명을 했지만,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씻어내지는 못했다. 지점 정문 앞에 몰려든 예금자들이 “돈부터 내놓으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이 일자 직원들이 질서를 지키라고 안내했지만, 일부 손님들은 “은행 운영 잘못해서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무슨 말이 많냐”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토마토2저축은행을,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으로 잘못 알고 온 손님들도 꽤 많았다. 건물 간판이나 통장에 ‘토마토’에 견줘‘Π’가 상대적으로 작게 표기돼, 손님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점에 나와서 확인한 뒤에야 안도하기도 했다. 최아무개(50·수성구 범어동)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통장을 확인해봤는데 ‘Π’가 너무 작게 씌어 있어서 못 보고 토마토로 알고 나왔다”며 “그나마 다행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2주 뒤에 만기되는 예금을 모두 찾으려고 대기표 260번대를 받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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