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찌르고 성관계한 남편 실형
“부부라도 반항 억압할 권리 없어”
“부부라도 반항 억압할 권리 없어”
아내를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가 1심에서 강간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 대해 항소심도 유죄를 인정했다.
정아무개(40)씨는 지난 4월 오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아내가 자녀들에게 밥을 차려주지 않고 잠을 잔다며 흉기로 수차례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정씨는 이어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으나 아내가 완강하게 거부하자 더 때릴 듯이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강간 등 상해)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역시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최상열)는 정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단 “혼인관계는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법률상 부부 사이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와 침해 여부는 제3자에 대한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배우자의 의사에 어긋나는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강간죄의 성립은 혼인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이상 법률상 부인이 모든 경우에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러한 경우에는 (성관계에 관한) 부인의 승낙이 추인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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