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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혈액제제 탓 에이즈, 인과관계 있다”

등록 2011-09-29 20:32

혈우병 환자 제약사 상대 소송서 항소심 판결 번복
“치료제 유통 당시 에이즈 집단 발병 등 가능성 높다”
혈우병 환자와 가족들이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한 뒤 에이즈에 감염됐다”며 제약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심리가 다시 이뤄지게 된 것이다.

혈우병을 앓던 이아무개(22)씨 등은 1990~92년 녹십자홀딩스가 설립한 한국혈우재단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공급받았다. 그 뒤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자 2003년 녹십자를 상대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 혈액제제와 에이즈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이씨에게 3천만원, 가족에게 2천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함께 소송을 낸 다른 원고들에 대해선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안 지 10년이 넘어 시효가 끝났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혈액제제의 투여와 에이즈 감염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를 뒤집고 제약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9일 이씨 등 혈우병 환자 16명과 가족 53명이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선 의약품 제조과정은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 제조행위가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 투여 이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으며 △이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상당한 가능성이 증명되면 제약회사의 과실과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뒤 에이즈에 감염됐다”며 “녹십자홀딩스는 1990년 초반부터 비(B)형 혈우병 치료제인 혈액제제를 본격 제조·유통시켰는데 그 무렵 우리나라의 비형 혈우병 환자 가운데 에이즈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혈액제제는 수백명 내지 수만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모아 제조되기 때문에 혈액제공자 중 한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에이즈 양성 반응을 보인 김아무개씨와 오아무개씨의 혈액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 점을 보면 이들의 혈액에 의해 혈액제제가 에이즈에 오염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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