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할 때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다수가 주변에 서 있었다면 함께 구호를 외치지 않았더라도 불법시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함아무개(49)씨 등은 2007년 1월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브라운관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하면서 자신들이 속한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자, 삼성에스디아이 정문 앞 등에서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미신고 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 명이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고 다른 2~4명은 옆에 서 있는 방법으로 6일 동안 모두 17차례에 걸쳐 옥외시위를 공동 주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집시법의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1인 시위를 한 것이어서 신고대상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9일 함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옥외집회·시위의 신고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행위의 객관적인 측면과 아울러 행위자들의 내적인 유대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해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전 계획에 따라 피켓은 한 사람이 들고 복수의 사람이 그 주변에 서서 시선을 모으는 방법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시위를 벌인 만큼 집시법의 신고대상인 옥외시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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