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래서 반대’
“판사 재량만 넓어지고돈있는 사람 혜택 우려” 법원 ‘이래서 추진’
“수사·피의자 동시만족석방조건 다양화 할것” 법조계 ‘기대반 우려반’
“불구속·무죄추정 확립보증금 외 조건 늘려야”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에 대해) 부정적이다.”(한상대 검찰총장)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박일환 법원행정처장) 4일과 5일, 하루 새에 대법원과 검찰은 같은 제도를 놓고 이처럼 판이한 입장을 드러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7일 취임식에서 지금의 구속영장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의 도입을 시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해묵은 ‘영장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석과 같이 보증금, 주거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신병을 석방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양쪽은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4일 국감에서 “영장항고제(하급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상급법원에 항고하는 제도) 없이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만 도입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돈만 있으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사유로 들었다.
반면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5일 국감에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냐”라는 물음에 “이미 연구돼 왔던 것”이라며 도입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려에 대해선 “보석금은 소액으로 내는 조건도 있기 때문에 풀려나는 사람이 무조건 잘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까다로운 보석조건을 붙이면 수사의 효율성과 피의자의 자유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으론 ‘구속 아니면 불구속’이란 현 구속영장제도보다 법원의 재량 폭을 더 넓히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와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은 기본”이라며 “구속되면 유죄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상 다양한 석방 조건들을 부여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석조건부 영장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법원에 재량을 줬을 때 어떻게 운용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전관예우와 금권, 권력이 존재하는데 제도의 혜택을 받는 쪽이 주로 돈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외에 다양한 장치들을 석방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면, 신분이 보장된 보증인을 세워 서약서를 쓰게 하거나 주거를 제한해 제3자 접촉을 막는 조건 등을 붙일 수 있다. 류제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걸 담보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한다면, 반드시 돈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황춘화 기자 fermata@hani.co.kr
“판사 재량만 넓어지고돈있는 사람 혜택 우려” 법원 ‘이래서 추진’
“수사·피의자 동시만족석방조건 다양화 할것” 법조계 ‘기대반 우려반’
“불구속·무죄추정 확립보증금 외 조건 늘려야”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에 대해) 부정적이다.”(한상대 검찰총장)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박일환 법원행정처장) 4일과 5일, 하루 새에 대법원과 검찰은 같은 제도를 놓고 이처럼 판이한 입장을 드러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7일 취임식에서 지금의 구속영장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의 도입을 시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해묵은 ‘영장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석과 같이 보증금, 주거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신병을 석방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양쪽은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4일 국감에서 “영장항고제(하급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상급법원에 항고하는 제도) 없이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만 도입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돈만 있으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사유로 들었다.
반면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5일 국감에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냐”라는 물음에 “이미 연구돼 왔던 것”이라며 도입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려에 대해선 “보석금은 소액으로 내는 조건도 있기 때문에 풀려나는 사람이 무조건 잘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까다로운 보석조건을 붙이면 수사의 효율성과 피의자의 자유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으론 ‘구속 아니면 불구속’이란 현 구속영장제도보다 법원의 재량 폭을 더 넓히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와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은 기본”이라며 “구속되면 유죄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상 다양한 석방 조건들을 부여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석조건부 영장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법원에 재량을 줬을 때 어떻게 운용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전관예우와 금권, 권력이 존재하는데 제도의 혜택을 받는 쪽이 주로 돈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외에 다양한 장치들을 석방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면, 신분이 보장된 보증인을 세워 서약서를 쓰게 하거나 주거를 제한해 제3자 접촉을 막는 조건 등을 붙일 수 있다. 류제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걸 담보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한다면, 반드시 돈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황춘화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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