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독자수사권 명시 개정안 제출…검찰 초안에 ‘맞불’
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국무총리실에 내자, 경찰도 곧 독자적인 수사권을 명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6월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사실상 예고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 싸움이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당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형소법 제196조 1항)고 규정하면서도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2항)는 조항을 함께 뒀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명확히 한 반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했고, 세부적인 시행령은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치열한 권한 다툼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먼저 의견을 낸 곳은 법무부와 검찰이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그동안 준비해온 시행령 초안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여기엔 경찰이 그동안 내사의 범위로 여겨 온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의 수사활동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참고인 조사 등은 내사가 아닌 수사 개시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내사의 범위가 초기 탐문과 정보 수집 정도로 제한되는 셈이다. 또 경찰이 수사 개시 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입건하는 경우에도 조사 기록을 모두 검찰로 송치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경찰은 검찰이 제출한 초안을 “검·경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보호 및 수사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선진화된 수사구조를 갖추고자 했던 국민적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자체 시행령 안을 13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개시권이 인정된 만큼,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기 전까지는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의 초안에는 검사의 부당한 지휘에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담았다. 또 검사에 대한 경찰의 명령·복종 의무 조항이 삭제된 것에 맞춰 법무부령으로 돼있는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도 대통령령이나 행정안전부령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새로운 형사소송법 시행령은 양쪽의 초안을 바탕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정필 유선희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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