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위헌심판 대상…헌법질서 수호에 필요
”법무부 “이미 효력잃어…실익 없으니 각하해야”
”법무부 “이미 효력잃어…실익 없으니 각하해야”
박정희 정권 시절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수단이 됐던 유신헌법 제53조와 대통령 긴급조치 1·2·9호가 위헌인지를 두고 13일 열린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는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이번 헌법소원을 낸 오종상(70)씨는 1974년 버스에서 정부를 비방했다는 혐의(긴급조치·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오씨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권고로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오씨는 자신을 처벌한 법적 근거인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1972년에 제정된 유신헌법의 제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4~75년 긴급조치 1~9호를 발동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유포 등을 금지하고, 2호는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비상군법회의에서 재판하도록 했다.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과거의 헌법이 지금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를 배제하도록 한 유신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심판이 가능한지, 법률이 아닌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심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되는지,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로 모아졌다.
오씨 쪽 대리인인 조영선 변호사는 “유신헌법은 실질적인 규범성을 상실해 현재의 헌법보다 하위에 있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며 “유신헌법에 근거를 둔 긴급조치 관련 사건이 다수 존재하는데 개인의 권리구제뿐 아니라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서도 헌법적 해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오씨 쪽 참고인으로 나선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긴급조치는 법률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이라며 “유신헌법은 법치주의를 포기하고 대통령에 의한 지배를 확립한 것으로 입헌주의 헌법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부는 “위헌심사의 대상은 법률이므로 과거 우리 헌법인 유신헌법은 위헌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긴급조치도 유신헌법 폐지로 이미 효력을 잃어 위헌심판의 실익이 없기 때문에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쪽 참고인인 김진섭 변호사는 “헌법소원이 적법하려면 권리보호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오씨의 경우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며 “헌법 또는 헌법의 개별 조항은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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