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행사 뒤 낙동강에서 ‘물고기 떼죽음’. 사진 KBS 뉴스화면 캡쳐.
강정고령보에서 누치·잉어 등 천여마리가 죽은 채 발견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전국 4대강 전역에서 지난 22일 동시에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 뒤에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수자원공사 경북본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23일 새벽 경북 고령 강정보에서 누치와 잉어 등 수천마리가 계단식 고정보에 갇혀 있었으며 10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앞서 ‘새물결 맞이’ 행사에 맞춰 강정보를 시범적으로 가동하며 수위를 높였다가 행사 뒤 수문을 열어 물을 빼면서 보 밑부분 완충지대 등에 갇힌 물고기들이 물이 빠지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완충지대는 홍수 등으로 물이 넘칠 경우 물 흐름을 더디게 하기 위해 만든 움푹 패인 지역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22일 오후 경기 여주군 이포보 개방 행사에 참석해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호하고 환경을 살리는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4대강 살리기 공사’의 성과를 홍보했다. 이날 행사는 한강 이포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4곳에서 보 완공을 기념해 동시에 진행됐으며 가족 걷기 대회, 자전거 행진 등의 행사가 열렸다. 정부가 이번 4대강 보 완공 축하 행사에 들이는 비용은 모두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앞으로도 홍수 등으로 보를 넘어 물이 넘쳤다가 물이 마르면 같은 지역에서 물고기들이 또 떼죽음 당할 우려가 제기된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보의 구조상 앞으로도 인위적으로 물을 빼는 경우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4대강 공사에 생태적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일인지 이번 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현장 실무자가 (보) 상류의 물을 차단한 채 하류에서 물을 너무 빨리 빼면서 발생한 사고”라며 “사소한 실수로 인한 사고로 앞으로는 철저히 고지해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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