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불황 틈새 ‘무점포 창업’ 서민들 울려도 속수무책

등록 2011-11-14 20:41

업체들 “소자본 고수익” 유혹
실제 한달벌이는 만원 몇장
거래처 알선·홍보약속도 어겨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김아무개(39)씨는 지난 3월 ‘점포 임대료 부담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ㅁ사의 케이블방송 광고를 보고 귀가 솔깃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닭꼬치를 받아 거래처에 납품하는 일을 하면 월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김씨는 4개월 동안 번 돈 750만원을 ㅁ사에 내고, 1년간 부산 동래구 지역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 ㅁ사는 김씨에게 피시방·슈퍼마켓 등 점포 20여곳에 납품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납품 가능한 거래처는 영세한 슈퍼마켓 몇 곳뿐이었고, 그가 한달 동안 번 돈은 5만원도 못 되었다. 참다못한 김씨는 지난 5월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ㅁ사는 묵묵부답이다.

주부 정아무개(30)씨도 올 초 김씨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 정씨는 두 아이의 양육비라도 보탤 요량으로 ㅇ사의 소자본 무점포 대리점주 모집 광고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시어머니 사망보험금으로 받은 돈의 일부인 790만원으로 부산 영도구 지역에 인스턴트 짬뽕라면밥을 독점 공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ㅇ사는 거래처 20곳을 섭외해주고, 홍보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처에선 제품이 잘 익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회사는 사람들 성격이 급해 빨리 먹으려 한다는 무성의한 답만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반품시켜주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신문·케이블방송 광고를 보고 ‘무점포 창업’을 시도했다 수익은커녕 계약금마저 날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한국가맹거래법률원 대표인 홍미미 가맹거래사는 “올해 들어 상담은 100여건이 들어왔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노인이나 주부,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주로 먹을거리·화장품·건강식품 등을 취급하는 사업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계약자와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실 무점포 창업 업체를 규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을뿐더러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점포 창업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가맹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 가맹사업 분야 등에서 발생하는 분쟁 조정을 하고 있는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도 같은 이유로 무점포 창업 피해 신고를 각하시키고 있다. 일부 피해자는 검찰에 고소를 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사기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서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이기는 건 쉽지 않고 또 비용도 많이 든다”며 “현행법상 가맹사업자 범주를 넓히든지, 공정위가 지난 7월 밝힌 대로 가맹사업이나 하도급 계약에 속하지 않는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약관분쟁조정협의회 설치를 서두르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최우리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