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총리실, 내사 단계부터 인권보호에 방점

등록 2011-11-23 21:11수정 2011-11-23 22:11

수사권 조정안 발표
경찰이 입건 안한 사건도 인권침해 땐 검찰 통제
검찰 ‘부당한 수사지휘’ 땐 경찰 ‘이의청구’ 가능
“수사절차와 규정에 대해 인권보호 측면에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검경 어느 쪽에 유리하다, 불리하다 할 수 없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23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무엇보다 ‘인권보호’에 강조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권한 다툼이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인 내사와 관련해 경찰에는 ‘내사 권한 보장’을, 검찰에는 ‘사후 통제 권한’을 주는 절충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 총리실 “인권보호 무게” 조정안을 뜯어보면, 검경 양쪽의 요구안을 수용하면서도 현행 수사 현실에서 인권보호에 무게중심을 둔 개선책이 눈에 띈다.

조정안은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명백히 부여하면서도, 수사단계에서 인권 침해를 차단하기 위해 입건 여부와 관련없이 검찰이 사건기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내사단계에서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자체 종결을 한 뒤 기록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피내사자의 인권보호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조정안이 반영된 대통령령 제18조를 보면, 경찰이 입건하지 않은 내사사건이라도 분기별로 사건 목록과 요지를 검사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사건관계인이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사가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록을 제출받아 통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정안은 긴급체포된 사람을 석방할 때 검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해 경찰 수사단계에서도 신속한 석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형식적 요건만 검토해서 석방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오히려 긴급체포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 중요범죄에 대해 검찰에 보고해야 하는 수사개시보고 의무와 관련해, 기존 22개 대상 범죄를 13개로 축소하면서도 13살 미만 아동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는 새로 보고 대상에 추가했다.

■ 검경 갈등 쟁점은 총리실은 ‘인권 보호’를 준거점으로 강제조정안을 마련했지만, 검경은 공히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조정안은 경찰 쪽 요구를 반영해 검사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경찰의 ‘이의 청구권’을 부여했다. 조정안은 ‘경찰이 검사 수사지휘의 적법성 또는 적정성에 이견이 있는 경우 해당 검사에게 의견을 밝히고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다’(제8조)고 규정했다. 정인창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적법성이란 단어는 범죄와 동의어”라며 “검찰이 범죄를 저지르기라도 한다는 말이냐”고 얼굴을 붉혔다.

조정안 제78조에는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고 보일 경우 경찰에 진행중인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곧바로 송치하도록 지휘할 권한을 검찰에 준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경찰은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 우려를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보장한 개정 형사소송법 196조 2항에도 어긋난다는 게 경찰의 지적이다.

경찰은 대공, 선거 등 중요 공안범죄 수사를 개시한 때 의무적으로 검사에게 지휘를 건의하고 입건 여부에 대한 검사의 의견을 따르도록 한 규정(제76조)도 오히려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정필 손원제 기자 fermata@hani.co.kr


경찰청에 내걸린 조기 총리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조기가 걸려 있다. 경찰은 이날 내걸린 조기는 연평도 포격 1주기를 맞아 포격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청에 내걸린 조기 총리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조기가 걸려 있다. 경찰은 이날 내걸린 조기는 연평도 포격 1주기를 맞아 포격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 ‘극력 반발’ 검찰 ‘표정 관리’

‘표정 관리와 격앙·반발.’

23일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받아든 검찰과 경찰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조정안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수사 투명성 확보에 매우 미흡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내심으론, ‘이 정도면 받을 만하다’는 쪽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정도면 선방이란 얘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쪽 ‘창구’였던 정인창 대검 기획조정부장도 조정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안이 유감스럽다는 것뿐”이라고 답하며, ‘판을 깰 수도 있는’ 반응은 자제했다.

반면 경찰의 반응은 즉자적이고 극렬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총리실의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 조정안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정안은 경찰 내사에 대해 검사의 광범위한 개입과 통제를 허용해 사실상 경찰의 내사권을 부정하고 있다”며 “검찰에 선거·대공 관련한 광범위한 입건 지휘권을 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특히 내사 종결사건을 검찰에 보고하도록 한 이번 조정안이 경찰의 ‘독자적인 내사권’을 부정한 것이라며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교훈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협의조정팀장은 “현재도 내사를 시작하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모두 등록하기 때문에 검찰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며 “조정안은 내사종결된 사건의 수사서류와 증거 등을 모두 검찰에 넘기도록 해, (결국) 검찰이 내사에 재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과잉수사’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경찰에 ‘수사중단 송치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는 ‘사건 가로채기’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현재도 경찰 수사에 대해 검찰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이를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경과 반납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자신의 업무가 수사경과인 경찰관이 이를 반납하면, 해당 경찰은 교통·경무 등 다른 보직으로 옮기게 된다. 실제로 양영진(38·경감) 진해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수사경과 해제 희망원’을 경남지방경찰청에 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하자며, 태업·파업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노현웅 유선희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