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날치기 통과 규탄 집회가 열린 24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참석자들이 “퇴진 이명박, 무효 비준안”을 외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날치기 강행 국민 무시”
“의료비 어찌되는 건가”
“의료비 어찌되는 건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기습적으로 강행처리한 데 항의하는 시민들이 사흘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5당과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농민 등 6000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2500명)은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규탄 전국농민대회와 정당 연설회 등을 잇따라 열고 ‘비준 무효,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명동과 종로 등 시내를 행진했고, 저녁 7시 다시 서울광장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양파 심다가 한-미 에프티에이가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농사를 계속 지을지 말지 결정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광장에서 만난 강원도 홍천군 농민 신아무개(46)씨는 한-미 에프티에이 이야기에 한숨부터 쉬었다. 3만1400여㎡의 땅에 오이와 벼농사를 짓는 신씨는 이날 아침 9시에 지역 농민회 사람들과 같이 출발해 낮 12시께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쌀 개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만간 쌀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텐데 내년 농사부터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며 “언론은 ‘농업 일부 타격’이라고 참 쉽게 보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농민이나 야당·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은 ‘2040세대’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직장인 안아무개(31)씨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해명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자전거 정비·판매 일을 한다는 김아무개(28)씨는 “에프티에이로 자전거 수입 관세가 줄어든다고 해도 그 이익은 수입사들이 가져가지 판매소까지 내려오진 않을 것”이라며 “또 시장이 고가-저가형으로 양극화될 경우, 중고나 개조 자전거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이아무개(19)씨도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수업 도중에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집회에 나왔다”며 “현재까지는 특수질병보험 적용을 받아 전체 치료비의 10%만 지출하는데,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 뒤에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집회 참가자 가운데 60여명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17명이 연행됐다.
박현정 김선식 이승준 기자 saram@hani.co.kr
24일 저녁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화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병력들과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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