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부장판사, 찬성댓글 175명 이름 정리해 작성
대법원 “청원 아닌 연구반 만들자는 건의 형식 될것”
전체판사 2400명중 1700명, 김판사 글 조회 이례적
대법원 “청원 아닌 연구반 만들자는 건의 형식 될것”
전체판사 2400명중 1700명, 김판사 글 조회 이례적
“사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청원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오는 6일 이를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 동의한 판사 175명의 이름을 정리해 주말 이틀 동안 청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는 이르면 6일 대법원장을 만나는 일정으로 대법원 쪽과 조율해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원법’상 사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사무처리의 당사자인지부터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김 부장판사의) 청원서는 대법원장에게 연구반을 만들자는 ‘건의’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청원서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제출되면 검토는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김 부장판사를 만날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에 일선 판사 175명이 적극적으로 동조한 데 대해 사법부 안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사회적 쟁점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는 걸 ‘금기’로 여겼던 법관들의 태도와 견줘보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양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9일에 이어 지난 1일 법조경력 신임법관 임용식과 2일 전국법원장회의 등 3차례에 걸쳐 법관들에게 우회적으로 자제를 당부한 마당에 벌어진 일이라 대법원도 당혹해하는 표정이다.
김 부장판사가 지난 1일 코트넷에 글을 올린 뒤 하루 만에 조회수가 무려 1700건에 이르렀다. 전체 판사가 2400여명이므로 70%가 이 글을 읽은 셈이다. 특히 댓글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보탠 판사가 175명에 달했다. 수도권의 한 단독판사는 “각 법원 입장에서 보면 소수이지만 전체 판사를 놓고 봤을 때는 굉장히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한 판사는 익명을 보장받기 위해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가 다시 댓글로 찬성 의견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찬성 의견을 (김 부장판사) 이메일로 보내고 하루 동안 고민해 봤다.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이메일로 보냈었는지 모르겠다. 위축돼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럴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다시 댓글로 찬성 의견을 밝힌다”는 취지로 댓글을 달았다. 이번 논란 와중에 자신의 의견을 코트넷에 올렸던 또다른 판사는 소속 법원장에게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나’라는 취지의 자제 요청을 받기도 했으나, “법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현직 부장검사가 사법부의 청원 추진을 정면 반박하는 글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김용남(41·사법연수원 24기) 부장검사는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법원행정처에 두도록 대법원장에게 청원하겠다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국가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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