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 디도스 공격 당일 아침
국회의장 비서와 5차례 통화
국회의장 비서와 5차례 통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비서 공아무개(27·구속)씨가 디도스 공격이 성공한 10월26일 아침 5차례에 걸쳐 박희태 국회의장 의전비서 김아무개(30)씨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공모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공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김씨를 7일 두번째로 소환해 조사했다. 또 경찰은 “선거 전날 김씨가 공씨와 강남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기 전 1차로 술자리가 있었는데, 여기에 또다른 한나라당 ㅈ의원의 수행비서 김아무개(34)씨가 참석했다”며 “저녁 8시께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공씨와 국회의장 의전비서 김씨는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마비된 선거 당일 아침 7~9시 사이에 5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다. 경찰은 이른 아침에 수차례 통화를 한 점에 비춰 디도스 공격 성공 이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빨리 출근해라’, ‘해장국을 같이 먹자’는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이른 아침이고 디도스 공격이 성공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5차례는 꽤 많은 통화 횟수”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다시 한번 추궁하기 위해 김씨를 재소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공씨와 김씨는 “술자리에서는 병원투자 이야기만 했다”,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공범) 강씨에게 전화를 한 이유도 병원투자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나, 정작 강씨(25·구속)는 “공씨와의 통화 중 병원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한 점에 비춰, 공씨와 김씨가 경찰조사 전 말을 맞췄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경찰은 “공씨가 ‘투표가 시작되는 아침 6시 직전에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을 다운시키라’고 구체적인 시간까지 지정했다”는 공범 강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공씨가 선거날 아침 인터넷으로 투표소를 확인하려는 유권자들을 방해해 투표율을 낮추려는 목적을 가지고 범행을 지시했다고 보고 공씨를 추궁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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