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58)씨
조사 사흘뒤 출국…검찰과 빅딜?
언론사 사주 접대사진 보유설도
언론사 사주 접대사진 보유설도
김대중 정부 때 정권 실세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58·사진)씨가 해외도피 8년여 만인 지난달 26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불과 사흘 만에 출국하면서 그의 ‘신출귀몰’한 행각이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신속한 출국과 관련해 “언제든 필요하면 출석한다는 신원보증을 변호인에게서 받았다”고만 밝혔다. 8년 해외도피 사범인 김씨를 믿고 출국금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비자금’ 의혹 규명의 중심인물인 김씨의 신병 확보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검찰이 변호인의 약속 한마디에 선뜻 그를 풀어줬다는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검찰과 김씨가 ‘빅딜’을 했다는 의혹이 검찰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이 신병도 확보하지 않고, 국내에 있는 재산도 전부 보전해 달라는 김씨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대신, 각종 의혹을 풀어줄 결정적 자료들을 건네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정도 되는 피의자를 출국금지도 하지 않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조건 없이 그냥 풀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깜짝 ‘출현’으로 그를 둘러싼 풍설들도 새삼스레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쪽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주변 사람들과 접촉할 때 주로 호텔 사우나에서 만나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속 깊은 얘기를 허물없이 나누자는 뜻이 아니라,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소음을 이용해 혹시 있을지 모를 도청을 피하려는 묘책이라는 것이다.
또 주요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 김씨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함께 찍힌 사진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앨범’엔 언론사 사주와 간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는 걸 미리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씨는 중앙정보부 출신인 장인에게서 자금세탁부터 도청 방지법까지를 배워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다치지 않게끔 비상한 머리를 써온 사람”이라며 “이번에 왔다가 곧장 나가면서도 그런 수완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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