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미온적 대응’ 반발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
“(사회적 약자가 있는) 낮은 곳을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 인권위가 할 일 아닙니까.”
지난 5일, 4년간 맡아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인권 홍보대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방송인 김미화(47·사진)씨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단체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지만, 자진사퇴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씁쓸해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밤, 경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대자 다음날 현 위원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다. “지금 당장 경찰청으로 달려가 국민을 위해 항의해야 하며, 오늘도 침묵한다면 인권위 홍보대사직을 내놓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인권위 쪽에서 ‘경찰에 전화로 항의했다’고 전해왔다”며 “내가 요구한 방식으로 항의를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그 이후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현 위원장이 인권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는데 반발해 정책자문위원·전문위원 60여명이 잇따라 사퇴하자, 그 역시 사퇴를 고민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당시에 김씨는 누군가가 인권위 안에서 목소리 내면, 문제를 고쳐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씨나 정리해고 뒤 노동자들이 연이어 숨져가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등 여러 현안을 외면하는 인권위의 모습을 보며 실망감만 커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홍보대사를 처음 맡을 땐 평범한 이들의 인권지킴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인권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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