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인사 등 개입 의혹…‘배후’ 드러날지 주목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비비케이(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45·구속 수감 중·사진)씨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 작성자 신명(50)씨와 그의 형 신경화(53)씨를 16일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가 신씨 형제를 고소함에 따라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가짜 편지의 배후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신씨가 가짜 편지를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련된 발언을 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고소장이 접수돼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다음주 초쯤 부서 배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07년 11월 김씨가 입국하자 당시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그 물증으로 김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큰집’이 청와대를 상징한다고 해석돼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받고 입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신씨 편지를 증거로 내세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2008년 6월 “김경준씨의 입국에 정치권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신명씨는 올해 초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사실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그 배후에 여권 핵심 인사와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재진 법무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편지 조작설과 관련해 민주당이 재수사를 촉구하자 “당시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했고, 편지 작성 등에 정치권 개입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정식 재수사를 의뢰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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