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1년 징역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지지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과 함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해온 주진우 <시사인> 기자(왼쪽)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 둘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굳은 표정으로 정 전 의원의 말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 징역 1년 확정…‘MB연루’ 허위사실유포 혐의
정 전 의원 “BBK-이 대통령 관련된건 모두 아는 일”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지지자들 격앙된 반응
정 전 의원 “BBK-이 대통령 관련된건 모두 아는 일”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지지자들 격앙된 반응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시사풍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통해 주목받아온 정봉주(51) 전 민주당 의원에게 22일 대법원이 징역 1년형을 확정 선고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을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할 예정이었으나 정 전 의원이 응하지 않음에 따라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정 전 의원은 나꼼수를 비롯한 방송 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내년 4월 총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날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의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한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근거가 박약한 의혹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나중에 그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내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의 공동 단장을 맡았다. 당시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김경준씨의 주가조작·횡령 등 범죄의 공범이며, 비비케이에 거액을 투자한 ‘다스’(자동차 부품 회사)와 비비케이의 실소유자임에도 이를 숨기고 있다”며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정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자와 김씨의 결별은 거짓이다’, ‘검찰이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김씨의 자필메모를 고의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그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수감하지는 않았다.
이날 법정 주변에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 300여명이 몰려 한동안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들은 혹한에도 ‘정봉주에게 자유를’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법정에 출석해 선고를 지켜본 뒤 “비비케이 사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것은 모든 이가 알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판결이 선고된 뒤 작가 공지영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가카와 비비케이 사이에 엄청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면 나도 구속하라”는 글을 올렸다. 또 트위터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비케이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하는 과거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내어 “비비케이 사건과 관련한 온갖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대법원이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 한 정치인에 대해 일방적 잣대로 엄단한 것은 사법의 정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필 석진환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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