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선거운동 금지 ‘한정위헌’
인터넷 소통 보편화 ‘정치 공론장’ 인정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위해 적극 장려돼야”
허위사실 유포·비방 등은 ‘불법’ 변함없어
인터넷 소통 보편화 ‘정치 공론장’ 인정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위해 적극 장려돼야”
허위사실 유포·비방 등은 ‘불법’ 변함없어
29일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의 바탕에는 해당 조항이 시대상황과 동떨어진 ‘낡은 잣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인터넷상의 소통구조가 대중화됐는데도, 오프라인 시대에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함으로써 온전한 기능이 작동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 인터넷 정치적 표현 언제든 가능 이날부터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등 정치적 의사표현은 선거운동 기간과 무관하게 허용된다. 당장 내년 총선과 관련해 트위터 등을 통해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을 근거로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이런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헌재는 ‘공정한 선거를 훼손한다’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인터넷 매체를 규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무엇보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소통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의 긍정적인 측면을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등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라는 게 헌재 판단이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이를 규제하기도 힘들고, 규제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게 헌재 입장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치과정 참여의 기회와 범위가 넓어질수록 보다 충실한 공론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인터넷상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적극 장려돼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분출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자·정당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현과 선거운동 일체를 제한하는 것도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비방·흑색선전 등 부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해서 일정 기간 정치적 의사표현을 전면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헌재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정치적 표현의 기본권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정당의 정책 등에 대한 국민의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해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 허위사실 유포·비방은 ‘불법’…충돌 조항 ‘논란’ 헌재의 결정은 인터넷상에서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 등 공직선거법에서 규제하는 불법 선거운동 행위까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즉, 인터넷 매체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괜찮지만, 기존 불법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는 행위는 인터넷 매체에서도 처벌 대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선거권이 없는 19살 미만 국민, 외국인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선거일에 투표마감 시각 전까지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인터넷 매체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의 다른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이 법의 제254조 2항을 보면, 선거운동 기간(대통령선거 23일, 국회의원·지방선거 14일) 전에 선전시설물, 방송·신문, 정보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제 그 조항이 형식적으로 남아 있어 법적으로 완전히 규제가 풀렸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비춰 해당 조항으로 의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헌재 결정으로 과열·불법 선거의 폐해를 우려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동흡·박한철 재판관도 반대의견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 행위가 허용되면 후보자 등이 가족뿐만 아니라 정당원, 정당조직과 연계한 여러 단체를 통해 흑색선전, 과대선전 등 무제한의 선거운동 자료들이 양산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일각에선 헌재 결정으로 과열·불법 선거의 폐해를 우려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동흡·박한철 재판관도 반대의견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 행위가 허용되면 후보자 등이 가족뿐만 아니라 정당원, 정당조직과 연계한 여러 단체를 통해 흑색선전, 과대선전 등 무제한의 선거운동 자료들이 양산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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