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방치된 상반신·머리 두고
구매자와 맡아둔 자 법정 다툼
구매자와 맡아둔 자 법정 다툼
4.19 혁명 직후 철거돼 서울 명륜동1가의 한 주택에 50년 남짓 방치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2개의 소유권을 놓고 뒤늦게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이 동상들은 1956년 3월31일 탑골공원에 세워졌다가 1960년 4월26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낸 직후 시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진 동상의 상반신 부분과, 1956년 8월15일 남산공원에 건립됐다가 1960년 8월19일 철거된 동상의 머리 부분이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홍아무개(87)씨는 지난해 3월 이 동상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동상이 놓여있던 집주인 정아무개(82·여)씨를 상대로 물건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홍씨는 “1963년 고물상에서 철거된 동상들을 녹여 고철로 팔아버린다고 하길래 내가 구입한 뒤, 세들어 살던 명륜동1가 집의 주인이던 정씨 남편 오아무개(사망)씨에게 맡겨뒀다”며 “1992년 캐나다에 이민 가 그동안 동상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정씨에게 소장과 소송 제기 사실을 여러 차례 발송했으나 전달되지 않자 공시송달을 통해 재판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홍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홍씨는 승소 판결을 받고 지난달 17일 이 동상들을 가져갔다.
그러나 정씨가 지난달 26일 “그동안 병원에서 지내 소송 제기 사실조차 몰랐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동상들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재개됐다. 정씨는 “홍씨가 이사를 간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10년 이상 동상을 갖고 있었으니 남편이 시효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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