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10년간 5차례 ‘중’ 평가…100명중 꼴찌 이해안돼”
청와대 등 외부압력 거론…대법선 “SNS와 무관”
청와대 등 외부압력 거론…대법선 “SNS와 무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서기호(42·사진·사법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6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자신의 근무평정 자료를 공개하며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으로 분류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 판사는 7일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에 출석해 연임 적격 여부에 관해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서 판사는 이날 오후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위한 법관인사위원회 출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서 판사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근무성적 평정이 △‘하’ 5차례 △‘중’ 2차례 △‘B’ 1차례 △‘C’ 2차례로 올해 연임심사 대상 법관 가운데 하위 2% 미만이라는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법관 근무성적 평가방식은 2004년까지는 A~E까지 5단계, 2005년 이후에는 상·중·하 3단계 등급으로 이뤄졌다. 그는 “근무평정 자료는 상대평가로서 누군가는 ‘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지 ‘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절대적으로)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고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5단계 평가방식에서 받은 ‘B’와 ‘C’는 3단계 평가방식으로 환원하면 ‘중’에 해당돼 10년 동안 대부분 ‘하’를 받은 것도 아니라고 따졌다.
그는 “근무평정 10차례 가운데 ‘중’을 5차례 받았음에도 100여명 중 꼴찌 또는 그 앞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를 증명하려면 연임심사 대상에 오른 다른 법관들의 근무평정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관인사위원회 규칙은 법관인사위 회의는 비공개로 하고, 심의사항의 외부 누설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서 판사는 근무평정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재임용 심사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해당 자료는 비공개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명할 기회가 없다”며 “어떻게 방어권을 행사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법관인사위가 표면적으로 ‘근무평정’을 문제 삼았지만, 실제로는 ‘가카 빅엿’ 표현이 부적격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가카 빅엿’)이 부적격 심사의 요인 중 하나라면 대법원장의 독자적 의중이 아닌 청와대 등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법권 독립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외압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법원 관계자는 “재임용 심사는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 최근 10년 동안 소속 법원장들이 만든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토대로 평가한 내용이 쌓인 것이기 때문에 에스엔에스 논란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다”며 “법관인사위에는 법관뿐만 아니라 법학교수 등 외부 인사들이 다수 있어 법원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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