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여중생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한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면서, 과연 그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법의 직무유기죄(제122조)는 대표적인 부작위(규범적으로 기대된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일) 처벌 조항이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 처벌하게 돼 있는데, 이런 요건이 모두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일반적으론 직무를 객관적으로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정당한 직무수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태만, 착각 등으로 부당한 결과가 발생했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교사의 직무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학생 보호가 교사의 직무범위에 포함된다면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피해 학생이 자살할 처지에 몰린 상황을 교사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으로 모아진다.
법조계에선, 특히 교사의 주관적 인식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검찰 관계자는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교사가 직무범위에 든 행위를 안 했을 경우 자살에 내몰린 학생의 상황을 정밀하게 알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며 “교사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로 일관하면 이를 깰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이 엄격하다 보니 통상 직무유기가 의심되는 사안이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예로, 대법원은 최근 동료 수형자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교도관이 방치했다며 장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교도소 관리자에게 모든 폭행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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