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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의석, 구치소서 ‘단식투쟁’ 하다 쓰러져

등록 2012-02-09 17:16수정 2012-02-09 21:05

강의석씨
강의석씨
병역 거부로 수감중 ‘수감자 처우개선’
요구하며 단식…해남교도소로 이송계획
병역을 거부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강의석(27)씨가 수감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강씨는 단식 13일째인 8일 몸이 쇠약해져 쓰러져 링거를 맞았고 현재는 단식을 중단한 상태다. 교정당국은 강씨를 신설 교도소인 전남 해남교도소로 이송할 계획이다.

 인권연대는 9일 강씨가 수감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가 어제 저녁 쓰러졌으며 현재 회복중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군대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며 입대를 거부하다 지난해 6월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지난 6일 단식중이던 강씨를 면회하고 온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상임활동가는 “표정에 핏기가 거의 없었지만 제 얼굴을 보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고 단식 중 강씨의 상태를 전했다. 강씨는 혹한의 독거 수용실에서 물과 소금만으로 버텼다고 이 활동가는 전했다.

 강씨의 어머니 백완숙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아침 의석이와 통화를 했는데 미음을 먹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1년6개월을 버텨야 하는데 몸을 먼저 생각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의석이가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멀리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씨가 지적하고 있는 수감자 처우 문제는 △웃바람 등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수용실 안 추위 △잠을 방해하는 조명 △책상과 의자 지급 요구 등이다. 강씨는 이광열 활동가를 만나 “온도계로 실내 온도를 재봤더니 아주 추울 때는 8℃, 평상시에는 10℃ 정도”라며 “재소자 불만에 구치소가 한개에 1400원 하는 핫팩을 판매하고 있지만 한달에 왠만한 가정집 가스비에 맞먹는 4만2천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식구통(밥을 넣어주는 구멍), 감시창, 오래된 창문틈 등으로 숭숭 들어오는 외풍 때문에 구치소 수감자들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며 “바닥에 전자 매트를 깔아 놓는 서울구치소는 그나마 다른 구치소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보안을 이유로 밤에 켜놓는 불의 밝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법무시설기준규칙’은 조도 규정을 취침전 300럭스(LUX) 이상, 취침 뒤 60럭스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구치소 현실에 대해 강씨는 “밤에는 형광등 램프 두 개 가운데 하나를 꺼주는 게 고작”이라며 “잠을 이룰 수 없어 까맣게 칠한 종이로 전등을 가린 적도 있지만 규율 위반이라며 징벌조사방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책상, 의자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하루 종일 갖혀 주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는 강씨는 책상과 의자 없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허리 통증이 왔지만 이에 대해 구치소의 의사는 엉뚱하게도 “살을 빼라”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구치소는 안전을 이유로 종이 박스로 짠 상만 지급하고 있다.


 강씨의 수감자 처우 개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단식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열흘동안 단식을 벌였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단식을 중단한 바 있다. 앞서 2004년 개신교계 사립학교인 대광고 재학중에도 ‘학생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단식과 장기 1인시위를 벌이다 퇴학 처분을 받았다.

 또 단식 뒤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교정당국의 사전검열로 모두 전달되지 못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를 과도한 검열이라며 서울구치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이광열 활동가는 전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21세기에 춥다는 이유로 단식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교도소에 수용자를 집어 넣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그 뒤에 어떻게 교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낮은 사회적 관심이 이런 문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편지 검열에 대해 “외부의 사람과 추가적인 범행 모의나 증거인멸 등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단순히 단식중이라는 사실 전달을 막는 데 활용하는 것은 과도한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강씨 이송에 대해 이광열 활동가는 “비록 강씨가 이송을 원해왔지만 겨우 단식을 끝냈는데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바로 이송을 한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서울에 있는 부모님 면회 등에서 큰 불이익으로 작용해 보복성 조처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구치소 쪽은 이송 요청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 추위 등 수용자 처우에 대한 강씨 어머니 백씨의 질의에 대해 구치소 쪽은 “실내온도 18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절기 적정 온도를 유지해 달라는 내용은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또 “최근 기온이 크게 떨어져 수용자 뿐 아니라 교도관들도 괴로웠다”며 “다른 재소자들은 문제 삼지 않았는데 홀로 제기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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