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 “직무상 의무 위반”
대법원은 13일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 사이에 있었던 합의 내용을 공개해 법원조직법을 위반한 이정렬(43·사법연수원 23기·사진) 부장판사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징계위원회(위원장 박일환 대법관)는 이날 회의를 열어 “이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재판부의) 합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이렇게 의결했다. 법원조직법에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제65조)고 규정돼 있다. 징계위는 박 대법관 등 법관 4명과 변호사·교수 등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직은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로,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이 부장판사는 앞서 대법원의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이날 징계위에 나오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징계처분에 불복할 경우 이날부터 14일 안에 대법원에 징계처분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이를 단심으로 재판하게 된다. 박진수 창원지법 공보담당 판사는 이날 “이 부장판사는 징계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2007년 김 전 교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당시 재판부는 애초에 만장일치로 김 전 교수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는 쪽으로 합의했으나, 이후 김 전 교수 주장에 모순점이 발견돼 패소 판결하게 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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