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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동자의 어머님, 저희 싸움에 힘과 용기를”

등록 2012-02-20 19:14

20일 낮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의 이소선씨 묘소 앞에서 열린 ‘어머니의 희망버스, 우리 시대 전태일들’ 행사에 참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뒷줄 오른쪽 둘째), 지난 9일 보석으로 풀려난 시인 송경동씨와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쌍용차, 재능교육,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이씨의 초상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일 낮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의 이소선씨 묘소 앞에서 열린 ‘어머니의 희망버스, 우리 시대 전태일들’ 행사에 참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뒷줄 오른쪽 둘째), 지난 9일 보석으로 풀려난 시인 송경동씨와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쌍용차, 재능교육,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이씨의 초상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진숙·송경동 시인 등 이소선씨 묘소 찾아 ‘뒤늦은 추모제’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싸움이 길어져서 찾아뵙는 일이 늦었습니다.”

20일 경기도 마석의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씨의 사진이 멀찍이 보이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김씨는 이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를 제안한 시인 송경동씨,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등과 함께 지난해 9월 타계한 이소선씨의 묘소를 찾았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느라, 송씨는 ‘희망버스’를 주도했다가 수배에 쫓기느라 고인의 장례식과 49재에 참석하지 못했다. 송씨는 김씨 등 크레인 농성에 참여한 노동자 다섯명이 모두 땅으로 내려오면 묘소를 찾아 고인이 좋아하던 소주 한잔과 담배 한 개비를 올리겠다고 했었지만, 그사이 구속되는 바람에 이 소박한 바람은 이제야 이루어졌다.

김진숙, 노동자의 어머니 묘소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0일 낮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안 이소선씨 묘역에서 이씨의 초상 사진이 인쇄된 펼침막을 들고 추모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그 앞으로 전태일 열사의 흉상이 서 있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진숙, 노동자의 어머니 묘소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0일 낮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안 이소선씨 묘역에서 이씨의 초상 사진이 인쇄된 펼침막을 들고 추모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그 앞으로 전태일 열사의 흉상이 서 있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는 김씨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하던 고인은 지난여름 희망버스를 무척 타고 싶어했다. 하지만 건강 악화를 우려한 주위의 만류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타계 직전 의식이 잠시 돌아왔을 때 남긴 말도 ‘희망버스 타야 하는데, 내 몸이 이래서 속이 상한다’였다. 결국 발인 하루 전날 고인의 영정 사진만이 부산을 찾았다.

김씨는 울먹이며 추도사를 읽었다. “(희망버스 타고 오신다고 했을 때) 차라리 오시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살아서 내려왔습니다.”

이날 추모제에는 1천일 넘게 복직을 위한 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쌍용차, 콜트·콜텍 노동자 등 3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고인의 생전 활동을 기록한 걸개 사진 20점을 하나씩 나눠 들고 묘소 주위에 섰다. 2007년부터 복직투쟁을 계속해온 콜트·콜텍 노조 장석천 사무장도 걸개 하나를 들었다. 23일 콜트·콜텍 노동자 26명의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다. 장 사무장은 고인에게 이런 편지를 띄웠다. “어머님,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민중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추모제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고인에게 인사를 올리는 동안 한결 따스해진 햇볕이 모란공원에 내리쬐고 있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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