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회원들과 피해 가족 등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한 뒤 유방암에 걸려 사흘 전 숨진 김도은씨(왼쪽 두 번째 영정사진) 등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슬픔 더한’ 황유미씨 5주기
유방암 투병중 떠난 김도은씨
4년9개월간 기흥공장서 근무 반올림, 김씨 대신 산재신청
“같은 공장 6명도 유방암”
‘직업병 책임촉구’ 1인시위 “이 세상 사람 중 누가 유방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데 관심을 갖겠습니까. 고 황유미씨 5주기 추모날인 6일, 그때 신청하자, 그래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 갖는다…. 그렇게 신청을 미룬 게 후회됩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흘 전 급작스레 하늘나라로 떠난 김도은(35)씨를 눈물로 추모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유방암 말기 환자였던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낼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노무사는 고인을 대신해 이날 예정대로 산재(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김씨는 열아홉살이던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2000년 1월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 뒤 광주광역시에서 남편과 함께 작은 마트를 운영하던 그는 3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투병생활은 고통스러웠다. 빠듯한 살림 탓에 비싼 항암주사를 맞지 못할 때도 있었다. 김씨의 주치의는 소견서에서 “유방암 발생 후 임상 증세 발현까지는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1995~2000년 삼성전자에서의 근무여건(방사선 노출·화학물질 접촉 등-환자 진술에 의함)과 유방암 발생 사이에는 조금이라도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노무사는 “이번 산재신청을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찾아봤더니, 방사선은 유방암 발암 요인이었다”며 “스웨덴·핀란드 등에서는 야간 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가 유방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돼 산재 인정을 받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쪽은 김씨 등 7명이 같은 공장에서 일한 뒤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김씨를 포함해 반도체·전자산업 관련 산재신청을 한 이들은 모두 23명이다. 22건 중 심의에 계류중인 4건을 제외한 18건은 모두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 노동자 황유미·이숙영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2007년 ‘삼성 백혈병 문제’를 처음 공론화시킨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57)씨는 이날 정부를 상대로 반도체·전자산업 관련 직업병 책임 촉구 1인시위의 첫 주자로 나섰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이 시위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유미가 숨진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문제 해결을 못 했습니다. 삼성 사람들하고 대화도 한번 못 해봤습니다. 정부 사람들하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십시오.” 황씨가 김도은씨 유가족을 대신해 전한 추모의 말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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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9개월간 기흥공장서 근무 반올림, 김씨 대신 산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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