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활동가 고애린(한국명·왼쪽)씨와 국제민주연대 변연식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촉구 집회 도중 서로 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민사회 1600명 “공사 멈춰라”
비상시국회의 열어 정부 규탄
“주말마다 강정마을 방문 연대”
비상시국회의 열어 정부 규탄
“주말마다 강정마을 방문 연대”
“여러분들을 보니 눈물이 앞섭니다. 우리도 혈세를 내고 사는 주민입니다. 어찌하여 정부는 조그마한 우리 마을을 짓밟습니까.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지 않고 생명이 살아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여러분의 힘이 너무 필요합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가 강행된 7일, 급하게 서울로 향한 강정마을 정영희 여성위원장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 해군기지건설 공사 중단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읍소했다. 종교·여성계를 비롯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이뤄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전국대책위)’는 이날 비상시국회의와 집회를 잇따라 열고 정부에 ‘명분없는 공사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회의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방송인 김미화·진보신당 홍세화 대표·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해학 목사 등 각계각층 인사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 경제가 나아질 거란 말씀들을 하셔서,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에게 정말 그런거냐고 물어보니 ‘아니다’란 답을 들었다”며 “만약 우리 힘으로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지 않는다면, 강정마을 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제주도민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강정마을로 가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게 한다면 (주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니 구럼비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김경일 성공회 신부는 “지난해 3월부터 강정마을에 머물면서 만난 공사 책임자·해군·경찰들 역시 이번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깊은 죄의식을 갖고 있어 놀랐다”며 “정부가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포박하면서 모든 과정을 폭력적으로 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비상시국회의 참석자·용산참사 유가족·시민 등 1597명은 이날 결의문을 내어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총체적인 부실과 문제점, 인권탄압과 사회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강행 방침을 재천명했다”며 “정부가 공권력을 앞세워 기어이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고 이에 항의하는 정당한 외침을 물리력으로 억누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2012년 들어서만 강정마을에서 109명이 연행되는 등 인권과 평화적 생존권이 짓밟히고 있다”며 “지금 강정마을로 달려가 주민들의 외롭고 간절한 투쟁에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회의를 마친 시국회의 참석자 등 100여명은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으로 걸어가 한 시간 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앞서 프레스센터 앞 인도에서 경찰이 행진을 막아서면서 참석자들과 경찰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국대책위는 13일 오후 7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강정주민 고통과 투쟁에 함께 하는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7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길목에서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제주/ 허호준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