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숙(왼쪽)씨와 이호택씨 부부가 1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집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자들을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살 미만이 16%…맘 약해질까봐 울지도 못해
“시민공감 확산 안돼 아쉬움…정치적 이용 말아야”
“시민공감 확산 안돼 아쉬움…정치적 이용 말아야”
‘피난처’ 이호택·조명숙 부부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은 어느 난민 그룹보다 더 처참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아파트 상가건물 3층에 있는 국제 난민 지원단체 ‘피난처’ 사무실에서 만난 이호택(53) 대표와 탈북 청소년 배움터 여명학교의 조명숙(42) 교감 부부는 탈북자들의 힘든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표와 조 교감 부부는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조 교감은 지난주 여명학교와 인연이 있는 배우 차인표씨 등 연예인들과 함께 탈북자 북송 중단을 호소하는 ‘크라이위드어스’(Cry With Us)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탈북자 북송 문제가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부부는 2004년에도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국제 캠페인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탈북자 북송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전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지금 정부는 겉으론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문제 해결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며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 해마다 5000~1만명 정도의 재외 탈북자가 북쪽으로 송환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조 교감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결혼식을 올린 해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부는 1994년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에서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들은 중국·네팔·방글라데시 등을 방문해 한국에서 일하다 인권침해를 당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쫓겨난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매진했다. 취업알선 사기 피해 등을 겪은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재중동포도 상당수였다.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을 만나게 됐다. 처음 대면한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소금에 절여진 배추’ 같았다. 다시 북한으로 끌려갈까 봐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 탓이다. 부부는 1년간 중국에 머물며 이들의 탈출을 도왔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온 부부는 1999년부터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 난민과 재외 탈북자를 돕는 ‘피난처’ 활동을 시작했다. 피난처를 거쳐간 외국인 난민은 500여명이다. 조 교감은 2004년부터 탈북 청소년들의 국내 정착을 돕겠다며 여명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19살 이하는 16%에 이른다. 조 교감은 아이들 때문에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운동에 힘을 보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우리 학교 졸업·재학생 10여명이 중국 대사관 앞에 나가서 시위도 하고 전단도 만들고 그러더라고요. 얘네들 중 가까운 친구가 중국 공안에 붙잡힌 경우도 있어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단에 북한식 표현을 쓰니까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그런 눈물겨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조 교감은 강제북송 반대 운동에 뛰어든 여명학교 아이들도 북송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 아이는 겨울에 노동단련대에 보내졌는데, 손발이 얼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손가락 2개를 절단해야만 했어요. 또다른 아이는 업고 다니던 네살배기 동생을 먹이지 못해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아버지가 사형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도 있습니다. 얘네들은 웃지도 울지도 않아요. 왜 울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한번 울면 무너질 것 같아서’라고 답합니다.”
이 대표와 조 교감은 정치적 논리에 갇혀 탈북자 북송 문제가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룰 땐 ‘좌파’, 탈북자 북송 반대 활동을 할 땐 ‘우파’로 분류되는 것도 이들 부부를 혼란스럽게 한다. “탈북자 대다수는 여성이고, 한명 한명이 다 처절한 상황이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한민족인 우리도 아파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와 이 사안을 비교하고 양쪽 진영이 서로 충돌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닙니다. 각 사안은 사안마다 중요합니다. 제발, 강제북송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조 교감이 힘주어 당부한 말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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