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특검, 첫발부터 ‘삐끗’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본관 승강기를 탄 채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경찰청 압수수색때 영장범위 잘못 적어
핵심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색 못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에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중인 디도스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박태석)이 4일 경찰 수사 과정의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영장의 범위를 서툴게 기재하면서 핵심 대상인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이번 수사가 출발부터 삐끗하는 모양새다.

경찰청과 특검팀의 말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검사와 수사관 8명을 보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우선 경찰청 본관 12층 통합전산센터와 북관 1층에 있는 킥스(KICS·형사사법포털)에 대한 압수물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이번 수사를 맡았던 경찰청 직원 등이 주고받은 메신저와 메일 내역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작 핵심 대상인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통상 압수수색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과 수색할 장소 등이 특정돼야 하는데, 특검팀이 제시한 영장에는 대상을 ‘경찰청 건물 내’라고만 포괄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가 이에 “영장에 장소와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특검팀은 실제 디도스 사건 수사가 진행된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는 접근조차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용복 특검보는 “경찰청 수사기록 자료 등은 전부 전산으로 처리돼 있어 애초 전산센터만 압수수색 대상이었다”며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대해서는 나중에 필요할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디도스 사건 1차 수사를 맡았던 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관련자 등의 의도적인 은폐 및 조작,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찰 수사 당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사건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수사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정필 유선희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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