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의혹’ 번진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 살펴보니
대선자금 의혹으로까지 번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은 그 뿌리가 깊다. 개발자금 조성 과정도 복잡했거니와, 지분과 사업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소송 등 다툼도 끊이지 않았다. 사업규모만도 2조원을 훌쩍 넘는 대규모 이권사업인 탓이다.
특히, 개발사업을 추진한 ㈜파이시티 쪽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브로커 이아무개씨를 통해 수십억원을 상납 받고 지분까지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파산신청과 법정관리를 통해 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들이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시티 쪽에 따르면, 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은 2005년 12월부터 이뤄진 최 전 위원장 등에 대한 ‘상납’을 끊은 2008년 5월 이후부터 본격화됐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 자금 상납을 중단하자 최 전 위원장이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아무개씨를 시켜 여러 차례 대표 ㅇ씨를 불러내 지분을 요구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ㅇ씨가 거절하자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압박이 가해졌다고 ㈜파이시티 쪽은 주장한다. 채권은행단 주간사인 우리은행을 통해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한편, 한 건설사 고위간부인 ㄱ씨가 ㈜파이시티 대표 ㅇ씨에게 폭언과 협박을 가하면서 지분을 넘긴다는 약정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파이시티 관계자는 “ㄱ씨 회사가 우리은행 대출을 쓰고 있었고 워크아웃 일보 직전의 기업이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브로커 이아무개씨도 ㅇ씨를 저녁마다 불러내 파이시티 사업 지분을 요구했다고 한다. ㅇ씨는 결국 2009년 5월29일 지분 대신 사업 이익금 800억원을 준다는 약정서에 강제로 날인하게 됐다는 게 ㈜파이시티 쪽 주장이다.
사업권을 둘러싼 다툼은 2010년 이후 다시 벌어졌다. 그 계기는 ㈜파이시티의 자금난이었다. ㈜파이시티는 2009년 11월13일 건축허가를 받고, 2010년 2월3일 착공신고를 마쳤다. 당시 자금난이 심했던 ㈜파이시티는 착공 직후인 2010년 2월9일 쇼핑몰 입주 예정업체인 ㅎ백화점에서 700억원의 계약금을 받는 등 자금 확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시공사이면서 일부 채무의 연대보증인이기도 했던 ㄷ건설과 ㅅ종건이 같은해 4월과 5월에 잇따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자금난은 더 심해졌다. ㈜파이시티는 그해 ㅈ건설과 또다른 ㄷ건설의 시공참여 의향서를 받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즈음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새로운 시공사를 포스코건설로 선정하는 등 ㈜파이시티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는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주장에 따르면 2010년 7월2일 우리은행의 담당 부장은 은행 앞 커피숍으로 ㈜파이시티 대표 ㅇ씨를 불러 “사업에 필요한 모든 권리를 우리은행에 양도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라”며 “원하면 해외 계좌로 200억원을 송금할 테니 외국에서 조용히 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은행 쪽은 ㅇ씨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산을 통해 사업권을 뺏겠다고 말했다는 게 ㈜파이시티 쪽 주장이다. ㈜파이시티 쪽은 대표 ㅇ씨가 이를 거절하자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자신들의 동의도 없이 시공 참여와 사업운영 방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파이시티의 대출만기일인 2010년 8월12일을 앞둔 8월6일 ㈜파이시티에 대한 파산을 법원에 신청했다. ㈜파이시티 쪽은 “대출만기일도 남았는 데다 이자 연체도 없었고, 2010년 7월30일 미래에셋과 1조5000억원의 자금조달 계약까지 완료됐다”며 “최 전 위원장 등이 사업권 강탈이 불발될까봐 미리 파산을 신청하고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자 우리은행과 법정관리인을 통하여 사업을 강탈해 갔다”고 주장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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