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시행사 쪽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서울 용산구 신계동 아파트 문에 26일 오후 ‘수험생이 있으니 이곳까지 올라오진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영준 수사’ 본격화
파이시티대표 돈 건넸다는 시점과 유사 판단
“수상한 자금 흐름 있는지 모두 살펴볼 예정”
서울시서 자료 받아…‘영향력 행사’도 검토
파이시티대표 돈 건넸다는 시점과 유사 판단
“수상한 자금 흐름 있는지 모두 살펴볼 예정”
서울시서 자료 받아…‘영향력 행사’도 검토
검찰의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수사가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의 혐의 입증은 깔끔하게 ‘완료’됐다고 보고, 의혹의 다른 축인 박 전 차장의 금품수수 의혹에 ‘화력’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26일 “박 전 차장에 대한 부분은 오늘부터 본격 수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에게 건넨 돈이 ‘㈜파이시티 ㅇ대표→브로커 이아무개(60·구속)씨→박 전 차장’으로 흘러간 만큼, 이씨한테서 실제 박 전 차장에게 돈이 넘어갔는지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전 차장 몫으로 ㅇ대표한테서 이씨에게 전달된 돈은 대부분 계좌를 통한 만큼, 둘 사이 거래 규모는 이미 확인을 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차장 본인과 가족, 친인척 등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전방위로 살펴보는 한편, 로비 자금이 이씨 계좌에서 입출금된 시기를 전후해 박 전 차장의 돈거래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우선 주목하는 시기는 2008년 1월이다. 검찰은 ㅇ대표한테서 “2008년 1월24일 박 전 차장이 먼저 아파트 구입 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해 10억원을 이씨 계좌로 보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씨는 이 돈과 관련해 “자녀들의 전세자금이 필요해 내가 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은 당시 박 전 차장의 부동산 거래 정황을 볼 때 ㅇ대표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보고 있다. ‘배달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적어도 10억원 중 일부는 박 전 차장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 박 전 차장의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그는 2007년 5월 서울 용산구 신계동의 재개발 주택과 부지를 매입한 뒤 이곳에 세워진 ‘e편한세상’ 아파트(2011년 입주) 분양권을 따냈다. 박 전 차장이 2008년 2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돼 처음 재산공개를 한 같은 해 5월7일치 관보에도 이를 소유한 것으로 나와있다. 당시 분양권 가액은 7억여원, 실거래가는 12억여원으로 기재돼 있다. 박 전 차장은 재산 공개 당시 “3억원을 빌려 용산의 대지와 건물을 7억3000만원에 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전 차장은 부인 명의로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세권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ㅇ대표가 돈을 건넨 시점과 박 전 차장에게 부동산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비슷하게 맞물린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 관련 자금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지 모두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이 ㈜파이시티 쪽에서 인허가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시에서 파이시티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기록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ㅇ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차장이 2007년 중반 서울시 정무보좌역을 그만둔 뒤 정기적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파이시티 사업 용도가 변경된 2006년 5월부터 사업계획안이 심의를 통과한 2008년 10월까지 파이시티 인허가가 지연되는 동안, 박 전 차장이 ‘상납’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힘을 써줬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박 전 차장이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다만 뭘 어떻게 해달라는 압력이나 청탁으로는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을 지낼 때 보좌관이었던 강씨는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박 전 차장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수사상황에 따라 소환조사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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