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1200잔 무료 제공
“몸 버리고 속 버리고 일했는데~. 이제 와서 필요 없다, 이제 와서 나가라니~ 웬 말이냐~.”
30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자리한 카페 ‘커피공방’ 앞에선 4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투박하지만 흥겨운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커피공방에서 무료로 나눠준 커피를 홀짝이던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에서 해고돼 5년간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결성한 ‘콜밴’(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의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커피공방이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마을과 함께하는 소통과 우정의 커피-메이데이, 커피 프리데이’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커피공방은 손님들에게 1200잔의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가게 앞길에 콜트·콜텍 노동자,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 티베트 난민 지원단체 ‘록빠’ 등을 소개하는 소박한 부스와 기부함을 설치했다.
박철우(36) 커피공방 대표는 지난해 초 경기불황으로 인근 사무실이 텅텅 비고, 단골이었던 직장인들이 가게에 발걸음을 끊는 걸 보면서 이런 행사를 시작했다.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커피를 무료로 드리는 일이었죠.” 그가 생각하는 커피는 사치품이 아닌, 노동자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다. 직장인들은 잠에서 깨어나 일하기 위해 아침에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이날 무료로 제공된 커피 한 잔엔 ‘당신의 노동과 수고로움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커피를 무료로 받는 분들은 너그러워져요. 무엇인가 베풀려고 하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기부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습니다.”
커피공방은 ‘커피 프리데이’ 행사 진행으로 하루 매출을 포기하는 동시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카페에서도 지역 주민과 티브이에서 나오지 않는 다양한 문화를 이어주는 행사가 어느날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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