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가는 박영준=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7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 승용차에 올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현 정부 초기 청와대 근무 당시에도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파이시티 인허가 업무를 별도로 챙긴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차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파이시티 인허가 업무를 챙긴 시점은 그가 ㈜파이시티 쪽 로비 자금을 받아챙긴 때와는 시기적으로 다소 떨어져있다. 박 전 차장은 2006~2007년 이 대통령 선거캠프 역할을 한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할 때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한테서 매달 1000만원씩을 받는 등 모두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차장이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을 맡은 건 2008년 2~6월이다. 로비 자금을 받은 뒤 1년이 지나서도 파이시티 인허가 업무를 꾸준히 챙긴 셈이다. 박 전 차장으로서는 ㈜파이시티 쪽에서 ‘검은 돈’을 받은 만큼 현 정부 실세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도 무언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음직한 대목이다.
특히 이 시점은 ㈜파이시티가 인허가 로비에 유독 공을 들인 때다. 2006년 5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단지로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가 완료된 뒤 2008년 10월까지 ㈜파이시티는 사업 계획안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차장이 청와대 재직 때 강 전 실장한테서 파이시티 업무를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보고 받은 것은 개인 비리라고 보고 있다. 박 전 차장이 청와대 ‘윗선’에 청탁을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박 전 차장의 가족과 지인 등 주변 계좌에서 발견된 의심스러운 돈의 출처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파이시티와 관련한 박 전 차장의 혐의 부분은 큰 틀에서 정리돼 가고 있다”며 “이 회장 계좌 등 의문이 가는 다른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또 인허가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의 알선수재)로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나온 강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돈 받은 부분과 대가성을 인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정필 박태우 기자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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