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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곡동 숨통 죄는 특검 ‘실명위반·배임 무혐의’ 뒤집나

등록 2012-10-22 20:00수정 2012-10-22 21:59

“큰아버지에 6억 현금다발 빌려”
이시형씨 검찰진술 확인
시형씨 부담액 낮추려는 의도로
공동매입 땅값 깎은 것도 드러나
이번주 이시형씨 소환 조사키로
행정관이 돈관리 맡은 점도 주목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을 파헤치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주에는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34)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은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함께 땅을 사면서 시형씨의 부담액은 낮추고 경호처의 부담액은 높인 것에 대해 ‘범죄 의도’가 없다며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시형씨가 땅의 형식적·실질적 매수자라며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특검이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시형씨가 큰아버지 이상은(79)씨한테 땅 매입자금 6억원을 현금 다발로 직접 받아왔다고 주장한 사실과, 공동매입 필지의 매맷값을 경호처가 낮추려 한 사실 등이 그것이다.

■ 이시형씨 부담액 의도적으로 낮췄나 의혹의 핵심은 경호처가 시형씨와 함께 땅을 사면서 시형씨의 땅값 부담을 의도적으로 낮춰 시형씨한테 이익을 줬느냐는 것이다. 경호처는 9필지를 매입하면서 6필지는 단독 매입하고, 20-17번지 등 3필지는 시형씨와 공동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필지임에도 시형씨는 경호처보다 훨씬 싸게 땅을 구입했다. 주택이 있던 20-17번지(528㎡, 155.7평)의 경우 330㎡(99.8평)의 지분을 가진 시형씨는 10억1775만원을, 198㎡(55.9평)의 지분을 가진 경호처는 14억8225만원을 냈다. 3.3㎡당 시형씨는 1017만여원, 경호처는 2474만여원꼴로, 같은 땅을 시형씨가 절반 값에 산 것이다. 공동 매입한 20-30번지와 20-36번지도 시형씨 부담액이 낮았다.(그림 참조)

청와대 쪽은 9필지를 54억원에 한꺼번에 샀고, 이후 나대지 등을 산 경호처가 미래에 얻게 될 개발이익을 고려해 시형씨와 값을 적절하게 나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러 이시형씨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에 손해를 주려한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땅 전체를 54억원에 샀을 뿐 필지별 가격은 없었다’는 청와대 쪽의 주장과 달리, 20-17번지의 경우 경호처가 땅 주인에게 땅값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땅 주인 유아무개(56)씨는 주택이 있는 20-17번지를 비싸게 팔아야 양도소득세 등 세금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이 필지를 30억원에 팔고자 했지만, 경호처는 20억원에 계약하자고 했다. 공동 매입자인 시형씨의 부담액을 줄여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어,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땅은 중간가격인 25억원에 계약이 이뤄졌고, 나머지 5억원은 경호처가 단독으로 매입하는 땅값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 이시형씨 자금 출처는? 시형씨는 검찰 조사 때 땅 매입자금의 출처에 대해 어머니 김윤옥(65)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빌리고 큰아버지 이상은씨에게서 6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큰아버지에게서 현금 6억원을 받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직접 운전을 해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다’는 진술 내용이 새로 드러남에 따라, 특검팀은 시형씨의 검찰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손쉬운 ‘계좌이체’가 있음에도 6억원을 현금 다발로 받아온 것은 정상적인 자금거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6억원이 실제로 이상은씨한테서 나왔는지, 다른 출처는 없는지, 실제로 시형씨가 돈을 받아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특검팀은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 김세욱(58·구속기소)씨가 매입 자금을 관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내곡동 땅 매입 대금을 매도인에게 보내고 농협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는 등 송금 업무를 담당했다면, 시형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벗기 위해 ‘현금을 직접 받아왔다’고 진술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도 특검팀은 시형씨가 농협에서 6억원을 빌린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22일 농협 청와대지점 직원을 불렀다. 이 대통령은 아들 명의의 땅을 나중에 자신의 명의로 바꾸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아들한테 재산을 ‘증여’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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