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못내 촛불켜고 자다 끝내…
시골집 불로 할머니·6살 손자 숨져
여섯달치 15만원 못 내 전류 제한
할아버지는 아파 할머니가 공장일
한밤 손자 소변뉘려 촛불켰다 참변
시골집 불로 할머니·6살 손자 숨져
여섯달치 15만원 못 내 전류 제한
할아버지는 아파 할머니가 공장일
한밤 손자 소변뉘려 촛불켰다 참변
전남 고흥에서 전기요금을 못내 촛불을 켜고 살던 조손가정에서 불이 나 할머니와 외손자가 함께 숨졌다.
21일 오전 3시48분께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주아무개(60)씨의 집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부인 김아무개(58·여)씨와 외손자 주아무개(6)군이 숨졌다. 주씨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건평 30㎡인 목조 주택을 모두 태우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주씨 부부는 지난 5~10월 6개월 동안 밀린 전기요금 15만7740원을 내지 못해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전력의 전류제한이 이뤄지자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촛불을 켜고 생활해왔다.
전류제한은 2004년 일어난 단전가구의 화재참사 이후 석달 이상 전기요금을 체납하면 순간 전력 사용량이 220w를 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조처다. 이 때는 20w 형광등 2~3개와 텔레비전 1대, 소형 냉장고 1대 정도를 쓸 수 있으나 전력 소모가 많은 장판 등은 사용하기 어렵다.
주씨는 경찰에서 “안방 침대에서 3명이 잠자던 중 새벽 3시께 외손자가 ‘오줌, 오줌’이라고 보채자 아내가 촛불을 켜고 옆에 있는 요강에 소변을 보게 했다”며 “이후 잠이 들었는데 촛불을 끄지 않았는지 머리에 불이 붙어 있는 걸 보고 이웃한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주씨는 “평소 양쪽 무릅 관절이 불편해 외손자를 안고 나오지 못했다. 이웃에 119 신고를 부탁하고 와보니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번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씨 부부는 둘째 딸의 아들인 외손자가 출생한 뒤 호적에 입적한 뒤 양육을 맡아왔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주씨가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부인이 마을 인근 유자공장 나가 받은 일당으로 어렵게 지내왔다. 주씨는 농토도 없고 건강이 나빠 생활이 어려웠으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지정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부는 전기료와 전화료가 밀려 한 달 전부터는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방에 불도 때지 않아왔다.
신성래 고흥경찰서 수사과장은 “전기요금에 부담감을 느낀 부부가 전류제한 뒤 촛불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 주인수씨는 “70~80대가 많은 마을에서 상대적으로 젊은데다, 인근에 부모가 계시고 딸 3명을 두고 있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