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총수일가 28명 ‘회삿돈’ 이자 대납 현황
주부·학생등 13명이 무소득
자기돈 한푼없이 지배력 지켜
자기돈 한푼없이 지배력 지켜
두산그룹 총수일가들이 계열사 회삿돈으로 증자 참여용 대출금의 이자를 낸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당시 대출을 받았던 총수일가 28명의 상당수가 주부, 학생, 미성년자 등 일정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두산 총수일가들이 경영권 유지와 4세들로의 세습을 위해 회삿돈을 의도적으로 빼돌렸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총수일가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희생을 한 것에 보답하기 위해 이자를 대신 내주었다는 두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10일 입수한 두산 총수일가 28명의 대출금과 이자 대납 세부내역이 담긴 문건에서 확인됐다. 회사가 이자를 대신 내준 28명 가운데 두산 대주주 3세대는 박용성 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다. 또 4세대는 ‘원’자 돌림의 아들 12명과 며느리 10명, 딸 부부 4명이다. 두산 4세대 총수일가의 며느리 10명과 딸 2명은 당시 모두 주부였고, 1명은 14살 미성년자였다. 또 두산 계열사에 적을 두지 않은 순수한 학생도 2명이 포함됐다. 무직자로 볼 수 있는 사람이 13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두산 계열사에 적을 두었던 4세들 3명도 사실상 학생 신분이었다. 14살짜리애도 13억 대출
박용오 전 회장 측근 “어린 4세들 위한 조처”
1999년 말 유상증자 당시 4세들은 10억~40억원, 며느리들은 1억~4억3천만원, 딸은 8천만~1억4천만원, 사위는 7억~12억원씩 대출받았다. 특히 박용성 회장은 2001년 12억9천만원을 대출받았고, 박용만 부회장은 99년 8500만원을 대출받았다가 이후 대출금이 3억9900만원으로 늘어났다. 두산산업개발이 이들 총수일가를 위해 부담한 이자비용은 최근까지 모두 138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2000년~2004년 사이에만 총수일가 한 사람당 최소 2400만원에서 최대 17억7500만원의 이자를 대신 내주었다. 며느리들의 이자비용은 2400만원~1억9500만원 수준이며, 미성년자는 1억5400만원, 20대 학생 2명은 6억1900만원~7억36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장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대출원금이 올해 5월 현재 42억9100만원으로, 2004년까지 5년 동안의 이자 대납액만 17억7500만원에 이른다. 총수일가가 이를 통해 누린 가장 큰 특혜는 자기돈 한 푼 안 들이고 두산산업개발의 지배력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99년 증자 이전 23.6%의 지분을 유지했으며, 자본금 738억원을 2337억원으로 1600억원 가량 늘린 뒤에도 20.25%의 지분을 유지했다. 만약 총수일가가 대출을 통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지분율은 7.4%로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 총수일가들은 임직원들의 우리사주 주식을 차명관리하는 방식으로 717만주 15.2%를 확보해서 경영권 방어에 활용했지만, 당시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지배력은 상당히 약화될 우려가 높았던 것이다. 박용오 전 그룹회장의 측근은 “4세대들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지분율을 늘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자산투자에서 많은 실패를 겪었다”며 “회사가 이자를 대신 내준 것은 주식 살 돈이 없거나 나이가 어린 총수 4세들을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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