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왼쪽부터)·서영교·윤관석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 의원이 들고 있는 사진은 지난 3일 사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 할머니의 모습으로, 이동흡 후보자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이 2006년과 2008년 각각 낸 헌법소원에서 각하 의견을 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간옥외집회 금지, 이동흡 ‘합헌’ 의견
“난폭화 우려 있고 불순세력 개입 용이하다”
헌재소장 후보 재판관때 결정문 보니
“난폭화 우려 있고 불순세력 개입 용이하다”
헌재소장 후보 재판관때 결정문 보니
“많은 정보량 비정상적으로 쏟아져
유권자 의사 왜곡 가능성 배제못해” <한겨레>는 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재직했던 2006년 9월~2012년 9월 이 후보자가 반대 의견을 낸 사건 결정문의 전문을 직접 살펴보면서 이 후보자가 어떤 논리를 폈는지 확인했다. 이 후보자는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 문제에서 ‘자유’보다는 ‘질서’에 무게를 뒀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적 사건에선 여당 편에 섰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서는 ‘문구’에 충실한 해석을 고수했다. 반면, 개인의 권리 문제에선 유연한 소신을 밝히며 적극적인 위헌 의견을 낸 사례도 있다. ■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는 ‘보수’ 헌재는 선거일 이전 180일부터 인터넷 게시물을 포함해 사진·문서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2011년 12월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이때 이동흡 후보자는 박한철 재판관과 함께 합헌 의견을 냈다. 그는 “인터넷 매체를 통한 무제한적인 선거운동이 이뤄지면 많은 양의 정보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쏟아져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수신자가 스스로 정보를 열어봤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법 날치기 ‘기각’
“다수결 원칙 등 헌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하지 않아 무효 아니다” 이 후보자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기소한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도 위헌이라는 다수의견과 달리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는 통상의 표현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헌재가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도, 이 후보자는 김희옥 재판관과 함께 합헌 의견을 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야간 옥외집회는 주간보다 질서 유지가 어렵고 그만큼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개연성이 높다. 심리학적으로도 야간에는 주간보다 자극에 민감하고 흥분하기 쉬워 본래의 목적과 궤도를 이탈해 난폭화할 우려가 있다. 또 불순 세력의 개입이 용이하며 이를 단속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11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경찰이 차벽으로 서울광장을 봉쇄해 행동자유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이 후보자는 박한철 재판관과 함께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이 후보자는 “서울광장은 시민분향소가 위치한 덕수궁과 인근에 있으면서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미국대사관 등 중요한 공공기관과도 멀지 않다. 서울광장에서의 불법 집회 또는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반인에게 미치는 혼란과 위험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혼란스러운 정국 및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 등에 따른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의 가능성이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처는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벌로 국민 도덕적 개선 안돼
태아·임부 양쪽 균형성 도모해야”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선 사뭇 다른 태도가 눈에 띈다. 헌재는 2008년 1월 이 대통령 등이 낸 비비케이(BBK) 관련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는데, 이 후보자는 김희옥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특검법이 야당(당시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수사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점, 현 정부(민주당)에 의해 인적 조직이 갖추어진 검찰이 단지 수사 대상인 야당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이 유력했다는 사유만으로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면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이유를 들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에 반발한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기각)에선 ‘심판의 대상조차 안 된다’며 김종대 재판관과 함께 각하 의견을 냈다. 그는 “자연인 노무현의 공적 영역에서의 직무수행을 문제 삼은 것이므로 대통령으로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안 된다.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개인의 이름을 빌려 헌법소원 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결과가 되고 헌법소원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대통령 노무현이었다가 어느 한순간을 떼어내어 그 순간은 바로 자연인 노무현이라고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했다. ■ 위안부 피해자 보상은 “문구의 한계” 헌재는 201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의 무책임한 대일 외교로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각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후보자는 당시 각하 의견을 냈다. 그는 “일본에 강제로 위안부로 동원된 후 인간으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박탈당하고 인간적 사과도 얻어내지 못한 청구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하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한일협정 조약은 체약국 당사자(한·일 정부)가 상대 국가에 요구할 수 있을 뿐, 권리 요구를 자국 국민에게 부여한 문구가 없는 이상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국가에 문제 해결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부 ‘개인의 권리’ 분야에선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간통죄 사건에서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오늘날 성도덕과 가족이라는 사회적 법익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국가가 형벌로서만 국민을 도덕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낙태죄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그는 2012년 8월 낙태죄 처벌에 대한 반대 의견에서 “자기 낙태죄 조항은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인 태아만을 보호하고 있을 뿐 완전한 인격체로서 스스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양자 사이 법익의 균형성을 도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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