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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륙의 종점이자 출발점 모스크바…‘삽산’ 타고 ‘푸틴의 고향’으로

등록 2013-01-18 17:23

시베리아철도의 종착지인 모스크바 외곽의 한 민간 컨테이너 야적장. 최종 목적지와 컨테이너 종류별로 분류해 보관·운송하며 통관 업무도 한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시베리아철도의 종착지인 모스크바 외곽의 한 민간 컨테이너 야적장. 최종 목적지와 컨테이너 종류별로 분류해 보관·운송하며 통관 업무도 한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륙으로 향하는 한반도 철도
④ 시베리아철도의 종착역 모스크바
* 푸틴의 고향 : 상트 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이자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도착하는 종착역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모스크바강을 중심으로 사방에 13개 선로와 이어진 9개의 기차역이 있다. 기차역들은 대부분 국제노선을 운행한다. 9개 역은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종착역인 야로슬라블스키역과 카잔역, 키예프역, 쿠르스크역, 사뵬로프역, 파벨레트역, 벨라루스역, 리가역, 레닌그라드역 등이다. 레닌그라드역은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열차의 기점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고속열차 ‘삽산’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삽산의 기종은 독일이 만든 고속열차 ‘이체(ICE)’인데, 전용 고속철도가 아닌 기존 철도로 운행해 흔들림이 크다. 최고시속은 250㎞이지만 간이역을 통과할때는 시속 150㎞도 내지 못할 때가 많다. 역마다 설치돼 있는 선로전환기 작동시간이 고속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삽산은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 구간 600㎞를 운행하는데 4시간(편도요금은 한화 약 16만원)이 걸린다.

■ 유럽행 물류 중심지, 부가가치 창출하는 컨테이너 야적장들 모스크바는 종점이자 출발점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운송된 컨테이너들은 행선지 별로 7개 물류역으로 향한다. 통관물류 가운데에는 벨라루시공화국의 브레스트로 향하는 컨테이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브레스트역은 폴란드 바르샤바 등 동유럽과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 독일 베를린 등 중부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 역은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를 통째로 들어 옮기거나, 화차 전체를 들어올려 표준궤 바퀴 화차에 싣는 시설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역 주변에는 크고 작은 민간 컨테이너 야적장들이 들어서 있다. 모스크바 내륙 컨테이너 야적장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키예프고속도로를 따라 70여㎞ 거리에 있는 콘트란스 터미널이다. 9㏊ 크기의 이 터미널은 내륙 세관이 설치돼 있어 철도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로 보세운송한 물류의 통관이 가능하다. 단순 물류 운송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과 연결된 인입선과 엑스레이 투시기, 물류보관 창고 등을 갖췄다.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러시아 고속열차 삽산이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역 플랫폼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속도 250㎞/h인 삽산은 600㎞ 거리를 4시간에 달린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러시아 고속열차 삽산이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역 플랫폼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속도 250㎞/h인 삽산은 600㎞ 거리를 4시간에 달린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이곳 운영자는 한국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다. 범한판토스는 러시아 기업과 합작해 지난 2009년 한국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열었다.

터미널 관리담당인 세르게이씨는 “보스토치니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모스크바로 오는 컨테이너의 종착지이자 집하장이며 폴란드 등 유럽권에서 운송된 보세 물류가 모인다. 하루 평균 500~700개 컨테이너가 드나드는데 터미널 사용료 등 부가수익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범한판토스 러시아법인 윤광필 팀장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한국 물류는 미미한 수준이고 극동에서 서러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하는 길이 많지 않으므로 활용 방안을 찾아 전향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한국기업이 공항과 항만 주변에 배후단지를 개발하면 러시아 물류의 카운터 파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유럽으로 가는 딥씨(Deep Sea)의 거점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옛 수도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에 이어 제2의 경제도시이자 러시아 최대 항구도시로 서부 물류 및 자동차, 조선공업의 중심지다.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고향이기도 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항은 러시아 해상운송의 중심지다. 고철 등 벌크화물 항구와 컨테이너 전용부두, 자동차 전용부두, 여객부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모비딕으로 불리는 자동차 전용부두는 항구 확장 계획에 따라 최근에 문열었으며, 연간 8만 대의 자동차를 처리할 수 있다. 항구 전체의 26개 하역 회사가 지난해 처리한 물량은 6000만톤을 웃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부산항~상트 페테르부르크항 해상운임은 운송기간 40여일에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천~5천달러 선으로 정상적인 운임 수준을 회복했다. 2008년에는 경제위기와 화물선 증가로 2천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항 자동차전용부두인 모비딕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부두는 연간 8만 대의 자동차를 처리할 수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항만공사 제공
상트 페테르부르크항 자동차전용부두인 모비딕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부두는 연간 8만 대의 자동차를 처리할 수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항만공사 제공
현대상선 러시아 법인 관계자는 “선사들이 과열 경쟁을 했으나 2007년 톤당 200달러 수준이던 벙커시유가 현재 600달러로 올라 더이상 적자 운영을 할 수 없게 됐다. 해상운송비가 정상화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호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에는 공컨테이너 회송비도 포함돼 있으므로,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나무, 종이, 고철 등을 수입하는 업체에 공컨테이너를 임대한다면 수출업체의 운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외국에서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륙 철길은 시간문제…러·북 관계 개선이 관건

대륙으로 가는 철길이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뿐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륙철도 진출에 앞서 국가차원의 전략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짧은 기간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경쟁력과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 전략은 1차로 러시아, 2차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꼽힌다. 러시아 푸틴 정부는 극동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 러시아의 사회·경제·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 계획은 극동의 지하자원을 팔아 극동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극동의 원유와 가스, 목재 등 자원을 수입할때 경제성이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운송거리가 짧고 자원을 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마련한 극동개발공사 설립 초안에서 외국자본의 극동개발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투자자에 대해 특혜를 주겠다는 의향을 밝힌바 있다.

지난해 12월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81회 국제철도연맹(UIC) 전체 총회에서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이 코레일 정창영 사장에게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철도 개량사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먼저 나진항까지 해상운송을 한 뒤, 시베리아철도로 환적하는 운송루트를 상용화하자는 것이다.

러시아에 근무하는 한국외교관들은 한국이 극동개발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와 △통관 편의 △관세 인하 △투자금 보증 △물류단지 및 전용산업단지 조성 △북한철도 및 항만 공동개량사업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양구 블라디보스톡 총영사는 지난해 4월 <한겨레>와 만나 “10여년 전부터 중국은 극동의 우수리스크에 전용 공단을 만들어 기업을 입주시키고 있고, 일본도 사할린 가스전 개발에 참여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1999년 협의했던 보스토치니 한국산단 조성안을 재추진하고 러시아 정부의 극동개발계획에 발맞춰 연해주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면 인건비가 싸고 우수하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북한 주민이 산단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

앞서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1999년 보스토치니에 한국기업 산업단지 조성안을 협의하고, 항만공사도 이곳에 전용 항구 건설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에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직접 러시아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진출하는데 고민거리인 한국발 러시아행 물량은 있는데, 러시아발 한국행 물류가 없어 운임이 비싸지는데 따른 대책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소영술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블라디보스톡 무역관장은 “기업은 생산성이 중요한데 비싼 인건비와 복잡한 러시아 법령 등 제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며 “다만 러시아는 무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므로 자본력이 튼튼한 기업이 정교한 검토를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물류업체들은 복잡다단한 러시아의 통관 및 까다로운 관세 체계가 해결돼야 물류 운송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정부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법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네트워크화하는 것을 대륙철도 진출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세계적인 물류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내성강한 국내업체를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s) 가입 문제 역시 러시아와의 협의 사안이다. 러시아를 좌장으로 북한과 동유럽 국가 등 25개 나라가 회원국인 이 기구에 가입해야 러시아와 옛 동구권에 진출해 독자적인 부가가치 사업을 할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가입을 신청했으나 만장일치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코레일 물류본부 윤동희 처장은 “러시아철도공사가 자회사인 트란스 컨테이너와 페스코(FESCO)를 설립해 머스크 등 세계적인 물류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개발과 물류 현대화 계획에 드는 자금을 마련하려고 페스코 등을 민영화 대상에 올렸다. 우리도 철도를 중심으로 한 복합물류회사를 설립하고 페스코 등의 주식을 인수한다면 대륙철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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