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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서랠리 ‘바이칼’ 서 한몸되다

등록 2005-08-14 19:11수정 2005-08-15 15:45

12일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진행된 천지굿에서 이애주 서울대 교수가 유라시아의 빛 춤을 추고 있다.
12일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진행된 천지굿에서 이애주 서울대 교수가 유라시아의 빛 춤을 추고 있다.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 1만2천km를 가다 (3) 신명나는 ‘천지굿’ 으로 25일 일정 마무리

“신이시여, 한민족 도와주소서” 

“바이칼의 물과 한반도의 물을 합쳐 치성드립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민족이 생명과 평화의 새 문명을 창조하도록 도와주소서!”

13일 오전 시베리아 대평원의 중심인 바이칼호 알혼섬의 부르한 바위 앞. 광복 60돌을 맞아 민족의 시원이자 생명의 대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 동양과 서양,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바이칼 천지굿이 펼쳐졌다. 광복 60돌을 기념해 ‘열자 유라시아의 시대를, 만나자 바이칼에서’라는 주제로 25일 동안 펼쳐진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의 마지막 행사다.

신새벽 하얀 옷으로 정갈하게 차려입은 춤꾼 이애주(서울대 교수)씨는 제단 앞에 서자 금방 바이칼에서 떠온 물과 멀리 한반도에서 내온 물을 합쳐 정성껏 올린 뒤 축원굿을 이끌었다. 향촉을 밝히고 하늘의 기운을 받으려는 듯 양손을 드높이 뻗치면서 이국의 굿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에~헤이 아~하이 아히히~ 아흐흐~ 아하하~.”

절규하는 듯한 저음의 축원은 검고 깊은 호숫물 속에 잠자던 바이칼의 영혼을 깨웠다. 잠깐 햇살을 비췄던 하늘도 합수제에 화답하려는 듯 이슬비로 대지와 굿판을 촉촉하게 적셨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접신한 듯 두 팔을 휘돌리고 두 발을 구르면서 강렬한 몸동작을 쏟아냈다. 이리 뛰고 저리 놀며 제단 주변을 빠르게 맴돌았다. 붉은 이끼를 두른 부르한 바위 부근 사방팔방에 쌀들을 흩뿌리고 시베리아의 대평원과 원시림을 넘어 20여일 동안 3만리(1만2000㎞)를 달려온 원정대와 강강술래를 벌였다. 한민족의 숨결이 그대로 녹아 있는 <아리랑>을 합창할 때는 눈가에 감격의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12일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유라시아 빛 공연을 연출한 김봉준 화백(가운데)이 ‘유라시아 빛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12일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유라시아 빛 공연을 연출한 김봉준 화백(가운데)이 ‘유라시아 빛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바이칼 천지굿은 12일 밤 10시 백야현상으로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할 무렵 시작됐다. 한국인과 현지인 400여명은 13일 새벽까지 횃불을 밝히고 들당산굿, 대동놀이, 한국·중국·몽골 무당의 전통굿으로 밤새워 신명을 돋웠다. 이들은 유라시아의 통로를 열어 르네상스를 앞당기려는 행위극과 길놀이를 벌인 뒤 바이칼 호숫물로 뛰어들었다. 이들이 어울려 펼친 물춤은 만남과 씻김을 위한 천지굿의 절정이었다.

이르쿠츠크 대학원생 베라는 “생명의 정기가 넘치는 알혼섬에서 신비스런 한국의 굿판을 체험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며 “바이칼에 들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는 만큼 우정과 이해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의 막은 내렸다. 원정대 60여명은 햇반 1500개, 먹을 물 1t, 3500㏄ 지프 20대 등을 준비해 모스크바~이르쿠츠크~부산을 잇는 험로 1만2000㎞를 동·서로 나눠 주파했다. 시베리아의 끝없는 대초원과 드넓은 원시림 구간 비포장 험로를 지나며 20여 차례 펑크가 나고 차량의 기름이 바닥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무사히 유라시아 통로를 개척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시베리아의 험로에서 한국 자동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성과도 거뒀다.

원정대는 한국에서 이르쿠츠크로 날아온 이홍규 서울대 교수, 우실하 항공대 교수, 이애주 서울대 교수, 인간문화재인 무속인 김매물씨 등 각계 인사와 바이칼에서 합류한 뒤 유라시아 포럼과 바이칼 천지굿을 펼쳤다. 시베리아 푸른 눈으로 불리는 바이칼은 한민족을 비롯한 동북아 문명의 시원지로 알려져 왔다. 남한 면적의 3분의 1 정도인 초승달 모양의 호수로 길이는 636㎞, 너비는 79㎞, 수심은 1637m에 이른다.

바이칼/안관옥 박영률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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