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진행된 천지굿에서 이애주 서울대 교수가 유라시아의 빛 춤을 추고 있다.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 1만2천km를 가다 (3) 신명나는 ‘천지굿’ 으로 25일 일정 마무리
“신이시여, 한민족 도와주소서” “바이칼의 물과 한반도의 물을 합쳐 치성드립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민족이 생명과 평화의 새 문명을 창조하도록 도와주소서!” 13일 오전 시베리아 대평원의 중심인 바이칼호 알혼섬의 부르한 바위 앞. 광복 60돌을 맞아 민족의 시원이자 생명의 대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 동양과 서양,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바이칼 천지굿이 펼쳐졌다. 광복 60돌을 기념해 ‘열자 유라시아의 시대를, 만나자 바이칼에서’라는 주제로 25일 동안 펼쳐진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의 마지막 행사다. 신새벽 하얀 옷으로 정갈하게 차려입은 춤꾼 이애주(서울대 교수)씨는 제단 앞에 서자 금방 바이칼에서 떠온 물과 멀리 한반도에서 내온 물을 합쳐 정성껏 올린 뒤 축원굿을 이끌었다. 향촉을 밝히고 하늘의 기운을 받으려는 듯 양손을 드높이 뻗치면서 이국의 굿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에~헤이 아~하이 아히히~ 아흐흐~ 아하하~.” 절규하는 듯한 저음의 축원은 검고 깊은 호숫물 속에 잠자던 바이칼의 영혼을 깨웠다. 잠깐 햇살을 비췄던 하늘도 합수제에 화답하려는 듯 이슬비로 대지와 굿판을 촉촉하게 적셨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접신한 듯 두 팔을 휘돌리고 두 발을 구르면서 강렬한 몸동작을 쏟아냈다. 이리 뛰고 저리 놀며 제단 주변을 빠르게 맴돌았다. 붉은 이끼를 두른 부르한 바위 부근 사방팔방에 쌀들을 흩뿌리고 시베리아의 대평원과 원시림을 넘어 20여일 동안 3만리(1만2000㎞)를 달려온 원정대와 강강술래를 벌였다. 한민족의 숨결이 그대로 녹아 있는 <아리랑>을 합창할 때는 눈가에 감격의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12일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알혼섬 샤먼바위가 보이는 호반 언덕에서 유라시아 빛 공연을 연출한 김봉준 화백(가운데)이 ‘유라시아 빛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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