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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꾸준히 잘나간 그들… ‘2012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도

등록 2013-03-01 20:04수정 2013-03-01 21:19

‘떡값 검사’로 지목된 7인
검찰-자본 유착 고발한
의원과 기자가 유죄받는 동안
검사들은 요직 두루 거친 뒤
대부분 로펌이나 변호사 개업
일부는 경제계 입문하거나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계획도

검찰을 조롱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떡검’이다.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는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 곧 떡검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 개업·이사를 하거나 명절이 되면 주위에 떡을 돌리는 미풍양속이 있는데, 검사로 대표되는 검찰 구성원이 기업체·유관기관·민원인 등에게 소위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그 결과 검찰이 담당한 사건 처리 등에 있어 편의를 봐주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별칭이 붙었다.”

“권악징선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

2005년 7월22일 이상호 당시 <문화방송> 기자는 ‘엑스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그 녹취록 등을 입수해 삼성이 검찰 간부 등에게 거액의 ‘떡값’을 전달해 왔다고 보도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이어 같은 해 8월18일 엑스파일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노 대표가 밝힌 7명은 김두희·김상희·김진환·안강민·최경원·한부환 변호사와 홍석조 비지에프(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이었다. 한국을 뒤흔든 삼성 엑스파일 사건의 시작이었다. 기업으로부터 일없이 떡값을 받아 챙기는 검사를 가리키는 단어, ‘떡검’은 이때부터 언론에 오르내렸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드러낸 것은 검찰권력과 자본권력의 음습한 고리였지만, 사건의 결말은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법감정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떡값 수수 관행을 고발한 노 대표와 이 기자는 각각 지난 2월14일, 2011년 3월17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7인의 검사는 처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출세가도를 질주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런 결과를 가리켜 “권선징악이 아니라 악행을 권장하고 착한 행실을 벌하는 ‘권악징선’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이 떡값이라는 이름의 뇌물로 검찰권력을 길들이려 했다면 뇌물을 주고받은 이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상식인데, 이를 고발한 언론인과 야당 국회의원만 처벌하고 정작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상식과 정의가 완전히 거꾸로 선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안강민 변호사는 2005년 삼성 엑스파일 사건 당시 노 대표가 ‘엑스파일 떡값 검사 7인 실명공개’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자 그를 명예훼손과 통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당사자다. 노 대표는 엑스파일에 나와 있는 “지검장은 (떡값 리스트에) 들어 있을 테니까 연말에 또 하고…”라는 1997년 9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안 변호사 이름을 떡값 검사 명단에 올렸다.

1997년 엑스파일이 만들어질 무렵 서울지검장이었던 안 변호사는 이후 대검찰청 형사부장까지 지낸 뒤 1999년 검찰을 나왔다. 변호사 개업 이후 그는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각각 국민검증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대법원의 노 대표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8일 안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당사자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대신 안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엑스파일을 봐도 다른 검사와 달리 안 변호사의 실명은 찾아볼 수 없는데, 노 대표가 이름을 공개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 변호사 생각”이라고 전했다.

엑스파일이 녹음될 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였던 김진환 변호사는 “이번에 2차장 된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 연말에나 하고…”라는 홍 회장 발언 때문에 7명에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노 대표는 2005년 국회에서 “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홍석현씨의 1년 선배인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연말에 따로 떡값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지난 28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엑스파일은 대화 당사자들이 1997년 추석을 앞두고 누구에게 ‘인사’할 것인지 논의하는 내용으로, 내 실명은 나와 있지 않고 대화 내용도 떡값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지 말자는 것인데 떡값 검사로 몰아붙이는 것은 불쾌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엑스파일 녹음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지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4년 변호사로 개업해 현재 법무법인 충정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형사소송법학회와 대한공증인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4월24일 치러지는 충남 부여·청양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 쪽 관계자는 지난 28일 “4월 재선거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비자금 사건때 변호사 맡은 사람도

사촌 관계인 김두희, 김상희 변호사는 엑스파일에 가장 적나라하게 이름을 올린 경우다. 엑스파일을 보면 홍 회장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김두희 전 총장은 한 둘 정도는 줘야 할 거예요. 김두희는 2천 정도. 김상희는 거기 들어 있으면 500 정도 주시면, 같이 만나거든요”라고 말했다. 당시 김두희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뒤 성균관대 이사를 맡고 있었고, 김상희 변호사는 대검 수사기획관 자리에 있었다.

이후 김상희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까지 올랐으나 엑스파일 사건이 터진 뒤 곧바로 사퇴했다. 이후 2009년 엘지(LG)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두희 변호사는 성대 이사를 거쳐 1999년 유민문화재단 초대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민문화재단은 홍 회장의 부친 홍진기 중앙일보 설립자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법인이다.

홍석조 비지에프리테일 회장에게는 ‘떡값’이 의미 없었는지 모른다. 그는 ‘범삼성 일가’다. 홍석조 회장의 아버지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고, 그의 형과 누나가 홍석현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다. 홍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이다.

노회찬 대표는 엑스파일 폭로 당시, 홍석조 회장의 이런 위치 때문에 그가 삼성의 ‘떡값 배달’ 역할을 맡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엑스파일을 보면, 그의 형 홍석현 회장은 “석조(당시 서울지검 형사6부장)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라고 말한다.

홍석조 회장은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불거진 이듬해인 2006년 광주고검장을 그만두고 경제계에 입문했다. 2007년 3월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홍석조 회장은 폭로 당시 “나한테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찾아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엑스파일에는 홍석현 회장이 “그다음에 생각한 게 최경원”이라고 하자 이학수 부회장이 “(명단에) 들어 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홍 회장은 “들어 있으면 놔두라. 한부환도 들어 있을 거고…”라며 말을 받는다.

최경원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는 1997년 엑스파일에 이름을 올렸을 때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1998년 법무부 차관을 거쳐 2001년 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전직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인 최 변호사는 지난 연말 검사 비리와 성추문 등 검찰 조직이 위기에 처하자, 1월11일 동우회 모임에서 “정부 수립 이후 검찰이 어려움을 맞은 적도 많았고 정부 내에서 비중이 줄어든 적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참담할 정도로 위상이 실추된 적은 없었다. 뼈를 깎는 과감한 자기혁신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1일 전화통화에서 “떡값을 줬다는 명단이 아니라 주라는 명단이다.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 주변에서 장관까지 한 사람이 나설 필요가 있냐고 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부환 변호사는 1997년 서울고검 차장검사였고 2002년에는 법무부 차관을 맡았다. 노회찬 대표의 폭로 직후 그는 “97년 삼성 쪽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삼성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해 특검 수사가 이뤄진 2008년 2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때 삼성 쪽 변호사에 선임됐다가 석달 만에 사퇴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법조언론인클럽은 “제1기 로스쿨 평가위원장을 맡아 법학전문대학원의 세밀한 평가를 주도했다”며 한 변호사를 ‘2012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성진 남종영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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